오늘 지영과 민구의 점심 메뉴는
엽떡반반 + 분모자로 추정된다.
그 정보를
요청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사무실 전체에 일방적으로 공유되었다.
“분모자 추가는 국룰이지~”
“나는 치즈볼 추가!
오늘따라 비가 와서 그런가, 피곤하네…
나 이따 반차 낼까 말까 고민 중이야~ 흐흐흐~”
사무실엔
업무의 열기 대신
무쓸모한 TMI가 둥둥 떠다녔다.
서진은 조용히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음악은 아니다.
빗소리 ASMR이다.
“오늘도 나의 고막은
도망 중이다.”
지영: “학씨... 이 새끼 뭐냐 진짜 짜증나네~”
민구: “어~ 그거 나도 당해봤어! 그쪽 지점 사람들이 원래 좀 그래~”
지영: “진짜? 와… 나만 예민한 줄~”
그 말에
서진은 가만히 입꼬리를 내렸다.
예민한 건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화빌딩 7층 아래층에서 공사가 시작되었다.
콰아아아앙.
드릴 소리가 땅을 울렸다.
책상이 미세하게 떨렸다.
사무실 사람들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귀에서 이어폰을 뺐다.
지영: “하... 이렇게 시끄러워서
일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진짜...”
그 말은
혼잣말처럼 시작되었지만
혼잣말의 데시벨은 아니었다.
지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들고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네, 여기 정화빌딩 7층인데요.
지금 너무 시끄러워서 일을 못 하겠어요!
일을!”
사무실은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누구도 떠들지 않았고,
누구도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오늘은, 고막에 바람이 좀 드는 날이었다.
✍️ 작가의 말
사무실은
말이 많아서 시끄러운 게 아니라
필요 없는 말이 많아서 시끄럽다.
조용함이 고마운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