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오늘도 메신저에 접속중이었다.
물론, 출근은 아직 하지 않았다.
고인물 과장은
팀에서 나이는 제일 어리지만,
재직 기간은 제일 길었다.
근태 불량으로
공식 경고도 받은 적 있었고,
회의 때마다 사라졌지만,
그는 언제나 살아남았다.
그의 특기 중 하나는
‘전화 받는 척 자리 이탈’이었다.
대부분 본인이 건 발신 전화였다.
그렇지만 돌아올 땐
“아 네네~ 감사합니다~”
전형적인 무적 복귀.
그렇게 돌아오면
누구도 뭐라 하지 못했다.
그는 면책의 마법사였다.
심지어,
실제로 출근하지 않은 날조차
사내 메신저는 ‘접속중’이었다.
서진은 가끔 상상했다.
“그 사람은 출근보다
로그인에 더 진심인 걸까?”
어느 날, 서진은 가볍게 말했다.
“날씨 좋네요.”
고인물 과장은 기다렸다는 듯,
불평을 뿜어냈다.
“좋긴 뭐가 좋아요.
어차피 회사 오면 숨 막히는 회의나 하고,
실적 압박에 스트레스만 쌓이고…”
툭 치면 터지는
불평 버튼 같았다.
“잭팟~” 하고 외치고 싶을 만큼.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아, 나 이 회사에 미련 없어.
여기 오래 있을 생각 없음.”
그 말도
벌써 1년째였다.
그리고, 어느 날.
팀 단체 방에 알림이 '띠롱'하고 울렸다.
000님이 퇴장하셨습니다.
그의 책상은
조용히 정리되어 있었고,
책상 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오후 6시 02분.
365일 접속중이던 그의 메신저가
드디어 ‘상태 없음’으로 바뀌었다.
작별 인사도 없었고,
고별 메일도 없었다.
그렇게 그는,
정말 ‘여보세요’를 끝으로 사라졌다.
작가의 말
존재하는 듯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
늘 "이 회사에 미련 없다" 말하던 그는,
가장 조용하게, 가장 깨끗하게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