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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예민하긴 10화

《예민하긴》10화 따라산 건 아니고

by 괜찮은사람

“어? 그거 내 패딩 아니야?”


현관이 열리고 익숙한 아이보리 숏패딩을 본 순간,

서진은 반사적으로 말했다.


“아니? 나 이거 어제 오빠랑 유니클로에서 산 건데?”
“아 진짜? 나도 똑같은 거 있어 ㅋㅋ”


서진은 웃었고

동생은 찝찝한 표정으로 일그러졌다.


“아… 그랬어? 오빠가 이거 예쁘다길래 그냥…
언니 거 따라 산 건 아니고.”


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패딩 정도야, 우연일 수 있지.
말하는 톤만 보면,
본인도 자기가 뭘 한 건지 모르는 거 같긴 하지만.'


며칠 뒤,
신발장에 번쩍이는 새 운동화가 놓였다.


“오, 나 이런 광택 들어간 운동화 사고 싶었는데. 예쁘다~ 모델명 뭐야?”
“왜? 사게?”
“사면 안 돼?”
“같은 색 사지 마.
이 색깔 나 진짜 고민하다 산 거란 말이야.”


서진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귀엽네.
따라한 건 아니라더니
따라하지 말라는 건
왜 이렇게 완강해.'


그날 밤,
서진은 비슷한 색감의 운동화를 검색했다.


더 편하고, 더 저렴하고,
맘에 쏙 드는 다른 브랜드의 러닝화.
단지, 배색만 살짝 닮은 정도였다.


며칠 후,
서진은 새 신발을 신고 나왔다.
서하는 신발을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


“그거 뭐야?”
“새 운동화. 어때, 예쁘지? 찾느라 고생했음!”
“아…아빠 신발인 줄.”


서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신발끈을 묶었다.

그 순간,
한 끗 차이로
누가 더 민감하고,
누가 더 웃긴 건지
확실해졌다.


며칠 후, 서진은 가방을 들고 나갔다.
생일 선물로 받은, 작은 브랜드의 클래식 토트백.

서진이 아울렛에서 직접 골라 산 가방이었다.

서하가 물었다.


“그거 뭐야? 새로 샀어?”
“아, 받았어. 생일 선물로.”

“…연하남이 사라고 그랬다 그거지?”
“응?”
“그 연하남… 언니 좋아하는 거 아냐.
그냥 언니가 돈 쓰니까 그런 거지.”


서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가방을 어깨에 걸고 말했다.


“나중에 너도 써.
니 옷엔 안 어울릴 수도 있긴 한데.”


#예민하긴 #내로남불 #자매심리전 #연하남 #질투의변명


✍️ 작가의 말
따라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따라하지 말라는 사람.
그건 애착이 아니라 질투의 또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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