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에선에선 이 집을
❤️ (NEW) 인스타 감성 풀옵 원룸
이라고 소개했다.
✅ 현관 센서등부터 캔들워머까지 완비된 정성 가득한 공간이에요~ �✨
✅ 2층으로 쾌적한 환기와 채광 + 조용한 이웃 + ALL NEW 감성 인테리어
서진은
그 말에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호스트가 알려준 주소를 찍고 내린 곳은
앞집, 옆집, 뒷집이 사이좋게 모두 다른 종류의 술집 한복판이었다.
인파에 떠밀려 겨우 구석에 있는 문을 찾았다.
'이거, 타도 되는거겠지?'
두 손에 짐 때문에
서진은 선택지 없이 버튼을 눌렀다.
눈에 바로 들어오는
웰컴 메세지.
'음식물 쓰레기를
제발 변기에 버리지 마십시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부탁이 많을수록
불안도 함께 늘어난다.
문이 열리고 서진의 크지 않은 키에도 불구하고
점프하면 머리가 닿을 것 같은 낮은 천장에
오밀조밀 두 채씩 모여있는 고시원 st. 복도가 나타났다.
'그래도 내부는 괜찮을거야'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문을 열자
서진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나왔다.
“와아~”
은은하게 퍼지는 캔들워머의 온기와 향.
누군가 조금전까지 머물렀다는 듯,
따뜻하고… 불안했다.
'대체 언제부터 켜져 있었던 걸까?'
'불 나는건 아니겠지...?'
더듬더듬 손을 뻗어 메인 조명을 켜니
감성 룸의 민낯이 드러났다.
매트리스 옆구리에는 알 수 없는 얼룩
끼이익 소리를 내는 나무틀로 된 창문
감성 액자 아래엔 먼지 낀 진회색 카페트
그 카페트 위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가루들
서진은
가방을 내리고,
잠시 멍해졌다.
‘풀옵션’은
가구를 뜻하지 않았다.
감정 소진도 옵션이었다.
갑자기 손이 씻고 싶어진 서진은
화장실 문을 찾았다.
족히 20년은 넘은 듯한
진한 오크색의 나무 문짝은 세월의 흔적을
제대로 맞은 듯 했다.
심지어 안으로 열리는 문은
세면대에 닿아 절반만 겨우 열렸다.
세면대에 붙어있는 샤워기의 수압은
젠틀한 비데 수준.
샤워하면서
서진은 혼잣말을 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급격히 피곤해진 서진은
일찌감치 침대에 누웠다.
머리맡에서 들려오는
간드러지는 여성의 목소리.
“꺄르르~ 간지러워~ 하지마앙~”
시간은 자정이었고
얇은 벽은 사생활을 보호해주지 않았다.
얼굴도 모르는 커플의 대화를 청취하는 불쾌감보다
나의 소리가 옆 방에 필터없이 전파될 걸 생각에
서진의 마음이 어두워졌다.
#예민하긴 #쪽방생존기 #감성인테리어의배신 #풀옵션의정체 #내돈내산지옥
✍️ 작가의 말
감성 인테리어는
불을 켜기 전까지
거짓말을 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