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트먼트와 손톱 강화제 그리고

아주 사소하지만 별 것인 변화들

by 괜찮은사람

나는 염색과 펌을 자주는 아니지만 꽤 하는 편이다. 그래서 머리가 푸석해질 때가 많은데 두피는 또 그렇지 않아서 헤어제품을 고를 땐 그냥 판매가 가장 많은 제품을 사곤 했다. 매일 쓰는 제품이고 생활 소모품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두피는 시원하게, 모발은 부드럽게 해주는 트리트먼트를 쓰고 삶의 질이 올라갔다. 저녁에 샤워하는 시간이 즐거워졌고 하루 종일 머리에서 트리트먼트향(약간 사우나향)이 맴도는데 내가 날 잘 챙겼다는 기분이 들게 해 준다. 유일하게 결제를 할 때 머뭇거리게 되지만. 아끼지 않고 푹푹 펌핑해서 쓴다. 두피가 깨끗한 기분과 머리카락이 정전기 파티를 벌이지 않으니 뭔가 할때 머리카락 때문에 거슬리지 않아 집중이 잘된다.


작년 연말에는 레오파드 포인트를 넣은 네일을 했다. 손톱이 잘 깨지고 큐티클도 잘 일어나는 타입이라 네일숍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내가 짧고 관리 되지 않은 손톱을 쭈뼛거리며 내밀자 본인의 만신창이(?)인 손톱을 보여주며 소탈하게 웃자 마음이 녹았다. 디자인 테스트도 하고 발색도 해보려면 본인 손톱에 해보는 일이 잦다던. 그렇게 강한 손톱을 가진 지 한 달 정도 되자 네일아트 아래로 새 손톱이 새순처럼 올라왔다. 기분 따라 매달 네일 아트를 받을 정도는 아직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일 제거 예약을 했다가 취소를 했다. 화려한 디자인을 걷어내고 볼 내 맨손톱을 만날 결심이 서지 않았다. 그렇게 버티다가 손톱이 반반 상태가 되어 네일숍을 찾았다. 젤네일은 드릴이라는 도구로 제거를 하는데 안 그래도 연약한 손톱이 소프트크랩처럼 말랑거렸다. 예전의 나였다면 바로 디자인으로 덮어 버렸겠지만 대신에 네일 강화제 제품을 추천받았다. 투명한 재질로 반복해서 바르면 서서히 건강해지는 제품이었다. 아직도 손톱 위에는 디자인이 벗겨진 흔적이 남아있지만 꾸준히 생각날 때마다 바르고 있다. 지금은 소프트크랩에서 꽃게 다리 부분 정도는 된 것 같다.


손톱과 머리카락 얘기를 늘어놓았지만. 요즘 아침을 맞이하는 자세도 바뀌었다. 오래 자도 뭔가 피곤한 기분으로 뭔가에 짓눌린 기분으로 깨서는 핸드폰부터 확인하지 않는다. 충분히 커튼을 걷고 “오늘은 흐리군”, “해가 좋네”라는 둥 멍 때리는 시간을 갖는다. 간밤에 꿈이 인상 깊었다면 종이에 적기도 한다. 그렇게 밤새 접혀있던 나를 서서히 펴는 시간을 갖는다. 어쩔 땐 아침을 다 먹고 커피를 마시고 점심때까지도 핸드폰을 찾지 않는다. 그냥 패드나 노트북으로 음악이나 영상을 틀어둔다. 조금은 신경계가 누그러진다.


최근에는 약 7:1의 경쟁률을 뚫고 공공기관 연계 일자리를 얻기도 했었다. 브릿지성으로 생각한 일자리였지만 일련의 이유들로 일주일 만에 정리했다. 싸우지도, 도망치지도 않았다. 이러이러한 면이 나와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고 얘기하고 담담하게 그만뒀다. 나와 맞지 않는 환경을 알아차리는 속도나 결정력에 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그 환경을 부정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잘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아니었을 뿐이다. 타격이 없진 않았지만 옛날통닭에 케요네즈를 뿌린 양배추 샐러드를 일주일에 걸쳐 두 번 먹고 나니 괜찮아졌다. 바삭한 튀김옷에 시큼하고 고소한 소스를 얹은 아삭한 양배추가 “그쯤은 괜찮잖아”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사소한 일들이 나를 변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