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 인생 노잼은 어느 날, 갑자기, 그냥 생기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 인생이 게임이라면 서른 중반이 되면서부터는 더 이상 ‘공통 미션’이 주어지지 않는 게 발단이었다. 스스로 미션을 만들고 깨 나가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린 우리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를 여섯 단어로 ‘사회적 목표의 소멸과 능동적 목표 생성’이라고 일컫는다.
대폭 늘어난 평균 수명도 서른 중반 인생 노잼의 원인이다. 평균 수명이 32살에 불과했던 200년 전 기준으로 보자면 서른 중반 이후 삶은 ‘여생’(Extra life)이다. 특별한 목표 없이 살아지는 대로 살아도 무방한 나이다. 양로원에서 여생을 보내는 일흔이 넘은 어르신들을 떠올려보자.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게 전부다. 100년 전 기준으로 보면 현재 양로원에 계시는 어르신들과 우리의 사회적 위치는 엇비슷했다. 그냥 살아도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서른 중반 인생 노잼이 당연하다고 설명한 ‘스마일 이론’도 있었다.
이들은 서른 중반 인생 노잼 현상을 설명하는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있다. 당신은 어떤 이유에 더 고개가 끄덕거려지는가. 필자로 말할 것 같으면 ‘스마일 이론’이다. 통계적으로 증명된 연구 결과가 주는 높은 신뢰성, 친구, 직장 선후배 동료에게서 숱하게 들었던 노잼 호소는 스마일 이론의 생생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맞다. 필자 주변 서른 중반 인생 노잼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 대부분의 이야기를 뜯어보면 결국 문제는 목표와 현실 간 ‘차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우리는 쉰이 될 때까지 자신에게 맞지 않는 목표와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현실이라는 괴리에 계속 고통받는다. 이 괴리를 되도록 빨리 끊어내는 게 서른 중반 인생 노잼을 탈출할 해결책이다.
문제 해결의 시작은 정확한 원인 진단이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목표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 간 괴리가 서른 중반 인생 노잼을 야기한다. 해결을 위해서는 목표를 자신에게 맞춰 바꾸든지 본인 현실을 목표에 끼워 맞추는 수밖에 없다.
필자가 제시하는 첫 번째 해결책은 자신에게 맞는 목표를 세우자는 것이다. 스스로를 똑똑히 인식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목표를 세우자는 말이다. 우리는 보통 목표를 세울 때 ‘가장 많이 봤던 것 혹은 가장 많이 들어본 것’을 기준점으로 삼는다. 이는 곧 ‘(본인과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다수 타인이 좋다고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는 얘기다. 가장 많이 봤던 것이나 가장 많이 들어본 것은 타인에게 뽐내기 좋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수험생과 대학 얘기를 하면 대부분 SKY 얘기를 한다. 이때 인 서울이나 지거국을 얘기하는 수험생은 고3이거나 재수생 밖에 없다. 그러나 막상 SKY에 입학할 수 있는 수험생은 전체 중 넉넉하게 잡아도 상위 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왜 모두가 SKY를 언급할까. 그건 바로 대학이라고 할 때 가장 많이 봤고, 들었던 게 SKY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SKY 대학 간판은 꽤나 먹어준다. 자연히 미디어 노출 빈도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많이 듣고 봤다고 입학이 쉬운 건 아니다. 그냥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닌, 경쟁자보다 더 잘해 최소 상위 3%에 들어야 한다. 이를 목표와 현실의 관점에서 보자. 수험생 100명이 SKY를 목표로 공부를 한다고 치자. 최종 SKY 입학증을 거머쥐는 건 3명 남짓이다. 목표 달성 여부에 행복과 불행이 갈린다고 치면, 3명은 행복하고 97명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를 알고, 각자가 자신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적합한 목표를 세웠다면 97명이 불행해지는 결과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목표 설정만 잘했다면 100명이면 100명 모두 만족하고 행복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서른 중반, 이제는 스스로에게 적합한, 자신의 영혼이 행복해하는 목표를 세울 때다. 많이 들어봤고 많이 봤던 목표, 곧 타인에게 내세우기 좋은 목표가 아닌, 스스로가 만족하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서른 중반이면 이제 알 때도 되지 않나. SKY 대학 간판이 행복을 좌우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아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타인이 좋다고 하는, 타인에게 내세우기 좋은 것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는 타인에게 드러나는 사는 지역, 아파트 브랜드, 타고 다니는 차를 결정할 때까지 모두 적용된다. 스스로를 불행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행위다.
한 가지 반론이 들어올 수 있다. 본인에게 적합한 목표를 세우는 건, 목표를 낮추는 것이고,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런 이들에게는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사는 게 맞다”는 대답밖에 해주지 못하겠다. 다만 목표를 수정하는 자존심 구기는 일을 하지 않는 대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겪어야 하는 불행한 감정을 감내할 끈기도 필요하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린다.
즉, 지금처럼 노잼 인생을 쭉 살면 된다는 이야기다. 이쯤 되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되물어볼 수도 있다. 필자는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다. 간단하게 쓸 수 있는 화학 요법(케미컬 설루션) 하나 공유하겠다. 신경정신과에 가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자는 건 아니니 끝까지 한 번 읽어주길 바란다.
바로 오메가 3 보충제 복용이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의대 연구팀이 우울증 환자 22명을 대상으로 오메가 3 보충제를 매일 12주 동안 복용하게 한 결과 우울 증상이 최대 71%까지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의 체내 염증 수치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오메가 3 지방산에 항염증 효과가 우울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오메가 3는 스트레스도 막아준다. 스탠퍼드 의대 휴버맨 박사에 의하면 오메가 3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 효과를 강화시켜준다. 오메가-3의 강력한 항산화, 항염증 작용을 통해 두뇌 신경 전달이 원활하게 돼 기분도 좋아진다. 지방이 많은 물고기와 해산물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은 우울증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밑져야 본전 아닌가. 오메가 3 보충제 복용을 강력 추천한다. 필자는 연말, 연시 계절성 우울감을 느낄 때 오메가 3 보충제를 먹어봤다. 우울감이 일정 부분 개선되는 걸 느꼈다.
재미라는 건 특별한 게 아니다. 내가 하는 행위에 만족하는 것이다. 만족은 결국 목표를 달성했느냐 여부에 달렸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어떤 행위를 하든 간에 나름대로 목표를 세운다. 가령 한강변에 자전거를 타러 갈 때, 오늘은 반포대교를 찍고 돌아오겠어라고 반환점을 정하듯이 말이다. 우리는 대체로 이 목표를 달성 가능한 수준에서 잡는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목표를 달성하고 우리는 소소한 성취감에 젖어 만족한 채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인생의 중요한 과제들 앞에서는 달성 가능한 수준, 본인에게 성취감을 주는 정도로 목표를 잡지 않는다. 많이 듣고, 본, 타인이 좋다고 하는 목표를 자신의 목표로 잡는다. 대학 입시, 직장, 직업, 결혼, 차와 주택 구입 등 말이다.
비극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100명 중 3명은 행복하고 97명은 불행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서는 것이다. 스마일 이론에 따르면 이 고리는 쉰이 돼서야 겨우 끝난다. 어떻게? 스스로에게 적합한 목표를 세우게 되면서 말이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쉰까지 악순환의 고리를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일찌감치 스스로에게 맞는 목표를 스스로 설정할지 말이다. 얼마나 빨리 목표를 재조준하느냐에 따라 인생 노잼에서 ‘노’를 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갈린다. ‘노’만 떼어내도 인생은 꽤나 재밌어진다. 이제 결정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