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을 할 줄이야…“시키는 일 할 때가 행복했다”

by 갸비

우리는 왜 사나. 단순히 태어났기에 사나? 이건 무책임한 답변이다. 사회적 존재로 태어난 우리는 크든 작든 ‘동기’에 따라 산다. 태어나서 산다는 대답보다는 여러모로 더 책임감이 느껴지는 답변이다. 동기(動機)는 ‘움직일 동’에 ‘틀 기’를 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동기를 부여받는 존재다. 어른이 되기 전까지 우리는 대체로 외부에서 동기를 부여받는다. 사회가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학생 때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던, 공부는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나 조금 커서는 모발과 피부는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 등이 대표적이다.


나이대 별로 동기를 부여받는 양상을 살펴봤다. 갓 태어난 아기는 아무런 동기도 부여받지 않는다.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 이때가 제일 좋다. 그러나 머잖아 아기는 어린이가 되고 하나, 둘 동기를 부여받는다. 각 단계마다 어린이는 해내야 할 일이 있다. 어린이집에서는 얌전하게 잘 놀다 집에 오면 된다. 이건 쉽다.


그러나 유치원에 가서는 난이도가 조금 높아진다. 영어나 수학, 국어의 기초를 닦아야 한다. 알파벳을 배우고 숫자를 깨우치고 한글 자모를 익혀 읽고 쓸 줄 알아야 한다. 초등학교부터는 고난의 연속이다. 이제 제대로 된 공부가 시작된다. 줄글을 읽고 여러 수를 계산해야 한다. 영어를 읽고 말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때부터는 성적과 등수라는 개념이 일정 수준 도입된다. 네 친구도 하는데, 옆집 누구는 이미 했다더라는 ‘비교’ 방식으로 동기가 부여된다.


어린이는 청소년이 된다. 중, 고등학교 시절이 펼쳐진다. ‘공부 열심히 해라, 좋은 성적을 받아라, 미래가 보장된 대학, 학과에 진학해라’. 밤하늘의 별처럼 외재적동기가 쏟아지는 시기다. 순서의 문제일 뿐 청소년들은 고3 수능, 입시를 앞두고 결국 모두 다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가 된다. 돌이켜보면 이게 말이 되나 싶지만, 대한민국 공교육 체계를 겪은 우리 모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 과정을 모두 겪어 왔다. 이 시기는 수능을 치고, 대학을 진학하면서 벗어나게 된다.


청소년은 성인이 된다. 대학에 진학하든 바로 일을 구하든 이때도 외재적 동기는 어김없이 주어진다. ‘좋은 직장, 직업을 구해라’라는 지상 과제 아래, 이를 이루지 못하면 낙오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앞만 보고 달리게 된다. 중, 고등학교 시절보다 조금 더 자유로울 뿐 결론은 같다. 대학 졸업반이 되면 너 나할 것 없이 직장에 들어가고 직업을 구하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마치 내게 주어진 이 외재적 동기를 달성하지 못하면 세상이 끝날 것처럼 절박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남들보다 빨리 좋은 직장을 구한 이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그렇지 못한 이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심할 경우 두문불출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직장을 구하든, 구하지 못하든, 직업이 생겼든 아니든 서른이 넘어서면 이제 결혼의 압박이 들어온다. 상당수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운다.


그러다 나이를 더 먹은 성인이 되면? 가령 서른 중반. 이때부터는 방황을 한다. 더는 외재적 동기가 주어지지 않으면서 방황이 시작된다. 물론, 동기가 주어지지 않는 초반에는 해방감에 즐거워한다. 그러나 머잖아 길을 잃고 헤맨다. 늘 외재적 동기가 있었는데, 지나쳐야 할 관문,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었는데, 서른 중반이 되니 느닷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서른 중반 전후로 외재적 동기는 더 이상 주어지지 않는다. 학교 가고 직장 가고 결혼하고 애 낳고. 외재적 동기에 맞춰 살다 보니 어느덧 서른 중반이 됐지만 그 이후는 온전히 자신의 몫만 남게 된다. 애를 낳았다면 이후 삶은 아이들에게 온전히 투입된다. 개인적인 커리어, 삶보다는 아이를 위한 헌신의 연속이다. 일과 가정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대부분 가정을 택한다. 외재적 동기가 주어지지도 않고, 주어진다고 해도 나를 위한 것이 아닌 자식, 가족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외재적 동기를 대신할 건 내재적 동기뿐이다. 이는 스스로 발굴하고 찾아 세워야 한다. 그 누가 채찍질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애쓰는 마음이 수반돼야 한다. 대부분 우리는 서른 중반까지 주어진 외재적 동기에만 맞춰 살아왔기에 내재적 동기를 이끌어내는 법을 모른다. 이를 해내는 몇몇 위인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아웃라이어라 부른다.


이들은 온 생애를 통틀어 스스로 찾아 세운 내재적 동기에 따라 산다. 이들은 대체로 크든 작든 영향력을 끼친다. 그림, 글, 연기, 스포츠 기록, 발명품, 이를 가능케 하는 새로운 생각 등등 말이다. 삶의 태도 가령, 성실, 정의, 헌신 등의 내재적 동기에 맞춰 사는 이들도 있다. ‘우리 동네 영웅’으로 불리는 부류다. 신문 ‘인물’ 면에 각종 선행을 베풀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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