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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r 31. 2016

나도 남을 도와주는게 좋아

이스라엘에서 만난 아이

이스라엘식 샥슈카(북아프리카에서 부터 시작해 중동에서 많이 먹는 음식)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들어 먹은 삭슈카

이스라엘에 사는 아비야 누나가 알려준 샥슈카 도전했는데 망했다. 옆에서 같이 요리하던 독일 누나가 나한테 이게 뭐냐고 물어봐서 나는 샥슈카라고 대답했다. 그 누나는 아직도 이게 샥슈카인 줄 알고 있다. 다 먹고 나니 배는 부르다.  

예루살렘에 있는 아브라함 호스텔에 처음 도착한 날, 아이를 만났다. 그녀는 로스앤젤레스에 살다가 아버지를 따라 이스라엘로 오게 되었는데 어머니는 일본 분이시라고 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없어서 외로울 때, 아이는 내게 친절함으로 다가왔다. 여행 스케줄에 대해 얘기도 하고 히브리어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이것저것 여러 얘기를 했다. 아이에게 고맙다. 오늘 아침 식사를 하는데 아이를 또 만났다.  그동안 뭐하고 지냈는지 재밌는 일은 있었는지 서로 얘기하다가 대학교 졸업하면 뭐할 거냐는 아이의 질문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분명한 목표가 있어도 그것이 굉장히 무의미하단 것을 깨달았어. 군대 가기 전에 나는 NGO에 들어가서 대체복무도 하고 좋은 스펙도 쌓으려고 했는데 내 마음대로 인생이 되지 않더라.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느껴져서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기로 했어." 아이는 맞다며 공감했다. 사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인간이 아닌가.

아이는 의사 겸 화가였다. 세상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도와주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나도 남을 도와주는 게 좋아. 근데 최근 들어 남을 도와주는 데에서 오는 행복보다는 남을 도와주고 받는 칭찬이 사실은 내가 더 좋아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회의감에 빠졌었어." 아이는 큰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그것은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드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나는 네팔에서 있었던 얘기를 들려주었다. "사실 내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데 네팔 난민촌에서 그걸로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었더니 아이들이 좋아하더라. 그래서 행복했어.


아이가 대답했다. "나도 가끔 배고픈 아이들 데리고 맥도널드를 가는데 아이들이 천국에 온 것 같은 표정을 지을 때면 나는 행복해. 내겐 작은 실천이 남에게 큰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 행복을 가져다줘" 준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주는 것으로 받는 사람이 행복하고 나도 행복한 일. 나는 주기만 했을 뿐인데, 행복이 덤으로 얻어지는 일. 준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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