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서준 May 07. 2016

극한체험 아울렛 쇼핑

911 기념관을 지나 필요한 물건을 사러 아울렛에 왔다. 한국에 비해서 싸고 좋은 물건이 많아서 옷 구경을 많이 했다. 처음 30분 정도는 재밌었는데 계속 서있으니까 다리가 아프다. 여자들은 이런 걸 하면서 힐링이라고 말하니 이해할 수 없으면서 동시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닷가에서 노는 방법을 모르겠다. 한국에서 바닷가는 어릴 적 가족들하고 가서 펜션 잡고 놀러 간 기억, 모래성을 쌓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친구들하고 갔을 때는 그냥 발에 물담구고 산책하는 정도가 바닷가에서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규영이가 군대에 가기 전에는 해변에서 남자 둘이 멍하니 바닷가를 바라보며 툭툭 끊기는 대화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해운대 밤바다에서 이뤄지는 헌팅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 군대에서 어떤 선임은 해변에 쓰러져있는 여자와 하룻밤을 즐기기도 했다고 한다. 
뭐 아무튼 그래서 내게 해변은 남들에게는 뭔가 핫하지만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많지 않은 미지의 세계와 같은 곳이었다. 근데 스페인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가 유럽의 해변에서 노는 게 가장 싸고 재밌다고 말해주었다. 장비야 빌리면 되고 서핑하다가 심심하면 나와서 맥주 마시고 다시 서핑하고 하는 게 그렇게 재밌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으니 나도 바닷가에 가면 해변에서 서핑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서핑은 상상도 못했다. 나 따위가 무슨 서핑인가. 근데 생각해보니 뭐 서핑하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도 아니고 식스팩 없으면 서핑하면 안 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나도 한번 해보기로 했다.

수영복을 입을 일이 없어서 가져오질 않았는데 이제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나는 아울렛에서 수영복 바지와 래쉬가드를 하나씩 샀다. 보스 벨트도 사고 싶고 돌체 셔츠도 사고 싶고 버버리 재킷도 사고 싶고 켈빈 재킷도 사고 싶었지만 과소비하는 것 같아서 사지 않았다. 대신 폴로 긴팔이 예쁜 것이 있어서 한 장 샀다. 처음에 밝은 회색을 사려고 했는데 유섭이와 겹칠까 봐 예쁜 빨간색을 샀다.

원래 사려고 했던 것과 많이 빗나가긴 했지만 후회는 없다. 다만 여행 중 쇼핑은 다리가 너무 아프고 하루 종일 스케줄에 큰 영향을 준다. 극한 스케줄 중에 하나이다. 다음부터는 이런 사실을 고려해서 계획을 잡아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이별을 기억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