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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y 18. 2016

여유로운 해변, 여행의 미련

숙소 체크아웃을 늦게 해서 아저씨가 닦달을 했다. 숙소가 참 좋았는데 금방 떠나서 아쉬웠다. 걸어서 금방인 줄 알았던 렌터카 회사가 신용카드가 없는 바람에 꽤 많은 거리를 걸어서 렌트를 할 수 있게 됐다. 작은 차가 없어서 큰 차를 빌렸다. 차를 빌려서 산타모니카 해변을 갔다. 말리부 해변을 갔다가 국립공원을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다. 왜 항상 시간은 필요할 때 없는 것일까. 

가는 길에 인 앤 아웃 버거를 먹었다. 비교적 저렴한 불가에 꽤 먹을만했다. 미국은 맥도널드 빼고 다 맛있는 것 같다.

바닷가에 갔는데 래쉬가드를 입고 노니까 젖꼭지가 아프다. 바닷가에 젖꼭지를 아프게 하는 성분이 있는지 옷에 젖꼭지가 쓸려서 그런지 따갑다. 산타모니카 비치에 갔는데 예쁜 여자는 듬성듬성 있고 대부분 아이들과 가족단위로 왔다. 해변을 잘못 왔다.

그래도 바닷가에 누워 있으니 기분이 좋다. 마지막 여행의 마무리를 하니 좋다. 기분이 좋다. 여유다. 서핑을 배우진 못했다. 고민 중이다. 고모를 만나서 씨월드를 가느냐 아니면 하루를 그냥 비워서 서핑을 배우느냐.  

내일은 유섭이가 간다. 여행했던 순간들이 꿈같다. 나도 곧 집에 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후련한 기분이 아니다. 그냥 한국에 돌아가서 하고 싶은 계획을 빨리 실행해보고 싶다. 열정과 패기가 꿈틀거린다. 한 여름밤의 꿈으로 긑나는 여행은 이제 끝이다. 여행의 템포를 늦추지 말고 계속해서 내 삶을 여행하자.

유섭이가 내일 비행기로 떠난다. 유섭이가 가기 전에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자고 해서 고깃집을 갔다. 한 사람당 80달러, 한국돈으로 약 10만 원 정도 되는 식사였다. 내 돈으로 사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비싼 음식이었다. 그런데 정말 후회 없이 고기가 정말 맛있었다. 비버리힐즈에 사는 사람들이 동네에 밥 먹으러 나온 것 같았다. 하난 같이 사람들이 예쁘고 멋있었다. 밥을 먹는데 못생긴 남자가 예쁜 한국 여자를 데리고 들어와서 알콩달콩 밥을 먹었다. 배가 아팠다. 결혼하고 사랑하는 삶과 먹으러 와야겠다.


한국에 돌아가려고 하니 기념품을 보채는 사람들의 얼굴이 생각난다. 사실 정말 내 여행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고마워서 사갈 선물은 몇 개 안된다. 여행 잘 다녀왔냐는 말 한마디 없이 마치 내게 뭐라도 맡겨놓은 것처럼 선물은 어딨냐는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꿀밤을 한대 때려주고 싶다. 난 미안하지만 여행하면서 기념품 같은 거 웬만하면 안 산다. 선물 살 돈으로 여행하면서 맛있는 거 하나 더 사 먹고 다음 여행비용에 보탠다. 식사를 배 터지게 하려고 했지만 오늘 저녁은 할리우드 클럽에 가려고 해서 적당히 먹었다. 고기를 너무 먹어서 그런지 똥이 잘 안 나온다. 오늘 가는 클럽은 어떨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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