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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y 24. 2016

때론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희망적이다.

첫 가이드 대상인 셀마가 북촌을 가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북촌만 가기엔 심심해서 북촌 근처에 있는 삼청동과 덕수궁을 같이 포함시켰다.

북촌과 삼청동, 덕수궁을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도록 관련 에피소드를 찾아보던 도중 창현이가 서울 역사 박물관을 추천해주어 학교를 마치고 서울 역사박물관을 방문하였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예쁜 안내원이 인포메이션에 앉아있었다. 뭘 물어보려고 해도 아는게 없으니 물어볼 것이 없어서 일단 안내책자를 들고 박물관을 서성였다.  

서울 전경이 모두 표시되어 있는 서울모형을 지나 조선 시대부터 전시되어 있는 전시관을 들어갔다. 전시관에는 큰 지도와 함께 벤치 두개가 있었다. 벤치 위에 앉아서 어떤 꼬마아이와 가이드가 설명을 듣고 하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귀동냥으로 설명을 들었다. 가이드를 따라가가다보니 북촌에 대한 정보도, 덕수궁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아마 단체 예약 프로그램인데 주중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어서 아이와 가이드가 일대일로 하고 있었나보다.
박물관을 둘러보던 도중 조선시대 관을 지나 근현대사관을 들어갔다. 고종 황제와 초기 선교사들의 흔적들을 전시해놓은 곳이었다. 초기 선교사인 알렌, 스크랜튼 부인, 언더우드 등의 얘기가 전시되어 있었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 국내성지순례를 계획하고 한국 교회사 가이드를 했던 것이 기억 났다. 정동에서 있었던 초대교회 선교이야기를 풀었었는데 그 얘기가 나왔다.

그 중 눈에 돋보이는 것은 스크랜튼 부인이었다. 어제 저녁, 학교를 마치고 요한이가 사주는 회덮밥을 너무 많이 먹어 소화도 시킬 겸 집에 가는 길에 이화여자 대학교를 걸었다.

이대를 걷다보니 대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수업을 하실 동안 ECC소극장 위 계단에서 기다렸던 것이 기억이 났다. 계단에 앉아있는데 점심시간이 되니 수업이 막 끝났는지 수백명의 여자들이 동시에 우르르 내려왔다. 나는 그때 분홍색 반크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여자들은 내려오면서 계단 한 가운데 있는 나를 보고 "야 저 핑크 뭐야?" 를 연신 말하며 내려갔다. 수백명이 '저 핑크 뭐야' 를 말하며 내려가니 좀 무서웠다.

이대 후문을 지나 걷다보니 중국에서 하는 쿵푸 같은 것을 하고 있는 무리를 발견했다. 외국인과 한국인이 춤을 추는 동아리 같은데 분명 노래는 힙합인데 중국 단동에서 춤을 추는 중국 할머니 할아버지가 연상됐다.

생각해보니 이제 여기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나보다 어리다. 그렇다 얘네는 군대를 안간다. 나보다 한두살 어리거나 그보다 더 어린 애들이다. 여자들의 시선이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이 땅에 처음 스크랜튼 부인이 왔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무도 쳐다보지않던 덕수궁 성벽에 쓰러져있는 별단이를 고쳐주고 교육시켜주었던 선교사님들은 무슨 마음이었을까. 별단이와 복순이와 같은 아이들로 처음 시작한 이화여자학교를 바라보며 스크랜튼 부인은 결코 지금처럼 크고 넓은 이화여자대학교를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선교사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누가 그 전쟁터의 폐허였던 조선이 지금의 대한민국이 될지를 예상했겠는가?

이대 채플계단을 내려와 정문으로 나가려하는데 학교안에 여행전엔 없었던 카페가 또 생겼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데 여행전에 없었던 건물이 연세대학교에도 생겼다.

때론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희망적이다. 보이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부터 비롯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내가 할 수 없기에 하나님께 의지하면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초기 선교사들 또한 보이는 현실보다 보이지 않는 소망을 붙잡고 낮은 자리에서부터 시작했다. 인간의 힘은 한계가 있지만 하나님의 힘은 한계가 없다.

"너 나중에 후회한다, 시간에 쫓기고 말꺼야. 내가 해보니깐 말이야......"

한국 가이드를 시작해보려고 하니 나에게 들려오는 말들이다. 진심어린 충고는 감사로 받고 관심도 없다가 툭 던지는 말은 무시하련다.

준비해가는 과정 자체가 재밌고 즐겁다. 나의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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