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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r 31. 2016

세상에서 가장 많은 친구가 있는 곳, 인도

헬로 마이 쁘렌?


코를 찌르는 시큼한 냄새, 무질서 속의 질서, 계속해서 붙잡는 사람들, 어디다가 둬야 할지 모르겠는 나의 시선, 힐끔힐끔 쳐다보는 타인의 시선, 왠지 조급 해지는 마음, 찌는 듯한 더위, 이미 범벅이 된 땀, 가는 곳마다 나는 마치 사냥감이 된 것 같이 노려졌다. 웃으며 다가오는 사람들의 다른 목적 때문에 왠지 더 불안해지는 마음.

인도의 첫인상은 내게 어려운 시험문제 같다. 길거리엔 이미 해탈한듯한 사람들이 몇몇 보인다. 분명히 무언가 탈출구가 있는 것 같다. 이제 막 인도에 도착한 나는 짬밥이 안되서일까. 아직 관광객 티를 벗지 못한 채 답답한 마음을 졸인다.


쿠탑 미나르, 남산타워같이 곧게 뻗은 타워에 오게 되었다. 관광지라 그런지 이전에 보이던 호객행위나 무섭게 다가와 무엇을 권하는 사람도 없다. 한적하고 여유롭다. 비로소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분위기이다. 쿠탑 미나르는 기존에 있던 힌두사원을 부수고 14세기에 이슬람 문화가 자리 잡은 곳이다. 탑은 약간 기울어져있고 날씨는 푹푹 찐다. 쿠탑 미나르가 있은 후에 힌두교가 또 다른 탑을 옆에 쌓으려고 했지만 도중에 무슨 이유에 선지 포기하고 말았다. 확실히 건축물들이 견고해 보이지도, 웅장하거나 섬세하지도 않다.


 쿠탑 미나르에서 나와 릭샤라고 불리는 세발 달린 차(택시)를 타게 되었다. 릭샤는 싼 가격에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좋은 교통수단이다. 릭샤를 타고 이동하는데 인도의 교통 또한 중국의 교통만큼 만만치 않게 자유분방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들에게 신호의 개념은  무의미해 보였다. 그래도 여행자 거리였던 파하르 간지를 나오고 보니 조금은 인도가 좋아지는 것 같았다. 지하철을 타니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쳐다보았다. 머리 긴 동양 남자가 신기해서일까. 지나가는 곳마다 대놓고 우리를 쳐다보니 조금 민망하다가 나중에는 조금 불쾌해졌다. 힐끔힐끔 쳐다보기도 하고 대놓고 쳐다고기도 했다. 월드컵 이전에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들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이러했을 것이다. 사실 나도 어릴 적에 금빛의 머리카락과  하얀 피부, 서구적인 얼굴의 외국인을 보면 신기해서 자꾸 쳐다보게 되었다. 악의는 없었지만 그냥 신기해서 쳐다보았다.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하여 쏟아지는 시선을 즐기기로 했다. 즐긴다고 생각하니 또 괜히 유명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델리의 대통령궁과 인더스 게이트를 보았다. 개선문의 형태를 한 인더스 게이트는 다른 개선문들과 달리 인도의 참전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한 추모탑이었다. 그런데 관광지라 그런지 그곳에 엄숙한 분위기는 없고 관광객들에게 어덯게든 물건을 팔아보려고 하는 잡상인들이 많았다.


 배가  고픈 터라 우리는 릭샤를 타고 근처 KFC로 향했다. 아직까지 인도의 현지 음식을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고향의 맛, KFC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한 뒤에 우리는 근처 바자르(시장)로 향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기에 지하로 피신하다시피 간 바자르였다. 바자르는 가히 2004년도의 동대문을 넘어섰다. 한걸음을 떼기가 무섭게 '헬로 마이 프렌'이라고 말하며 접근하는 사람들이 즐비하게 서있었다. 나는 한국말로 누가 네 친구야 라고 말을 했다. 옆에 있던 경수는 여기서 평생 사귄 친구보다 많은 친구를 보았다고 말했다. 

바자르에서 나오자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우산을 안 쓰기에 우리도 우산 따위 쓰지 않았다. 릭샤를 타고 숙소가 있는 빠하르간지에 갔다. 비가 내리는 빠하르간지는 내가 꿈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전과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 환경들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비 오는 날 빠하르간지는 왠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인도가 점점 좋아진다. 기차표를 사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왠지 모를 이 두근거림은 무엇일까. 낯선 환경에서 오는 꿈만 같은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풍경이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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