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 그 아름다움

by 서장석

이번 여행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장소로 소쇄원을 담아 놓았다.

우리나라 자연 정원의 백미라 감히 말할 수 있는 정수 중의 정수 소쇄원.

그 소박한 절정의 미를 보고자 기대를 가득 안고서, 차에서 내려 소쇄원 입구를 쳐다보았다.

남도 그 한적한 산길 같은 소로가 눈에 들어왔다.

댓바람 소리를 들으며 발길을 옮겨 입구에 들어서니 대봉대가 나를 반겨주듯 초가지붕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

대봉대를 지나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좁다란 곳의 다리를 건너면 잘 다듬어진 조각 같은 건물 광풍각이 나온다.

비록 사람이 만들고, 머문 공간이었음에도 어찌 저리도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안배가 되어있을까? 손때가 묻어 검게 변한 툇마루와 시원스레 바람길을 만들어낸 건물이 너무나 정겹다. 아니 주위 환경과 너무나 잘 어울려 무엇이 자연인지조차 구분이 가질 않는다.

담을 끼고 피어난 분홍빛 철쭉이 아름답다.

광풍각 위쪽에 자리한 제월당이 선비 같은 자태로 눈을 시원하게 한다.

이곳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아 마루가 반짝인다. 사람 내음이 나는 집이다.

그곳에 앉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맞아보라. 그 신선함을.

모든 근심 걱정과 두려움을 잠시 내려놓고 무위자연에 빠져 감상하라. 그 자체가 되어라. 가슴 뿌듯한 감정이 샘솟듯 일어남을 느낄 것이다. 아주 선량한 기쁨이 북돋아 올라올 것이다.

고갤 들어 두 눈으로 지그시 바라보면 제월당 벽 오른쪽 작은 문이 보인다. 겸손의 미덕을 갖춘 그래서 다니는 사람마저 착하게 만들려고, 반드시 허리를 구부리고 지날 것을 요구하는 작고 소박한 문이다.

이 문을 지나 약간 편평한 곳에 스무 명 남짓 쉴 수 있는 마당이 나온다.

나는 여기서 외국인 약 열다섯 명 정도가 도포를 입고 머리엔 건을 쓰고 있고, 누군가에 집중하여 경청하고 있는 뒷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들은 한국을 체험하기 위해 방문한 프랑스 사람들이었으며, 우리나라의 국악 연주를,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감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도 이런 귀한 기회를 가졌음에 감사하면서 대열에 동참하였다.

첫 번째 순서는 관현악기처럼 생겨 연주자가 입으로 불고 손으로 강약을 조절하여 소릴 내는 악기였는데 피리 소리 같아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두 번째는 아주 작은 피리를 가지고 고, 저음과 간드러진 소리를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세 번째가 백미였다.

현악기를, 젊은 연주자 두 사람이 연주하는 차례였는데, 술로 현을 뜯고 지르고 부수며 현이 술을 맞이하며 불러내는 현란함에 물아일체가 되었다. 안내자의 말씀에 따르면 거문고란다.

난생처음 본 악기인 거문고 연주를 듣는 것은 황홀 그 자체였다.

듦과 남, 뇌우와 뇌성 치듯 포효하는 거침과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같은 고요함이 동 시간대에 발현된다. 학이 날아오르고 물이 흐르는 순간이 이런 것 인지를 경험하는 귀중한 시간에 너무 감사했다.

그 순간은 기록할 새도 없이 지나갔다. 아쉬워서 너무도 서운한 마음에 아내가 연주자분들과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

두 분께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응해주셔서 소중한 기억을 남길 수 있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귓속을 맑은 소리로 정화하고 내려선 작은 다리 위에서 소쇄원을 다시금 쳐다보며 광경을 두 눈 가득 담았다. 물소리도 같이.

절경이다.

시간에 매이지 않아도 되었다. 빨리 소진하지 않아도 되었다.

시간이 내 편인 것 아니라 내가 시간 속에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이었다. 감사한 일이다.

갖은 생각이 뇌리에 가득하여도 잠깐의 고요를 가질 수 있어 행복하다.

순백의 자연에서 점점이 찍힌 무수한 군상들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순간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데, 그런데 소쇄원만이 그대로인 듯싶다.

아니 계속 그대로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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