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이름(호칭)

by 서장석

부부가 서로를 부르는 이름은 매우 다양하다.

지아비가 지어미를 부르는 호칭이 많다. 내자(內者), 안사람, 집사람, 여보, 자기야, 각시, 마누라, 여편네, 와이프(wife) 등 아마 이보다 더 많으리라 생각된다. 아내가 상대방을 일컫는 표현은 남편, 바깥양반, 여보, 자기 정도가 아닐까 한다. 남자들이 자기 아내를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 대부분이 와이프 일 듯싶다. 요즈음 우리의 언어 사용 속에 영어식 표현이 너무 익숙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 듯싶다.

나는 주로 마누라란 호칭으로 집사람을 부른다.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는 ❛우리 집사람이야❜또는 안사람이야 하는 표현을 주로 쓴다.

물론 기분이 안 편할 경우 여편네란 호칭도 사용한다. 우리 딸이 질색하는 표현이지만.

물어본 적이 있다. 딸에게. 왜 여편네란 표현에 기막혀하냐? 그랬더니 딸이 하는 말이

엄마를, 여자를 비하하고, 하대하는 느낌이어서 천박하다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그 호칭은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여편네에 대한 사족

첫 번째.

여편네란 표현은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된다. 예를 들면. 우리 부부는 휴일 서로 늦은 게으름을 피운다. 그러다 아내가 샤워하고 난 후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자기는 깨끗이 몸을 닦았으니, 당신도 빨리 샤워하라고, 몸을 닦으라고 닦달하는 것이다. 몸에 기름 투성이라고, 유전이 따로 없다고. 이럴 때마다 난 자기가 다 닦았다고 시위하나 보다. 날 쥐 잡듯 잡는 것을 보니 하며 하는 투덜거림 중 사용하는 표현이 여편네다. 왜냐하면 난 더 나른한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데. 아니 귀찮은데.

두 번째

손자와 놀다가 손자를 울릴 때, 아내의 질책에 대하여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손자 녀석과 장난을 놀 때 늘 자기가 좋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매우 까다롭단 생각이다. 아이들이 다 그렇다고 해도 같이 놀아주는 생각에 어지간히 불편하다. 그러다 보면 손자와 내가 서로 의견 충돌이 생기고, 그때 손자 녀석의 울음보가 터진다. 손자와 놀면서 그것 하나 못 맞추어 주느냔 지청구가 떨어진다.

남자아이들은 놀아주기가 여간 버겁지 않다. 몸으로 놀아주어야 만족하기 때문인데.

예를 들면 공원에서 달리기한 다든지, 철봉을 손으로 잡고 건너기 등 내 몸을 혹사해야 하는데, 그 수고는 몰라 주고 나만 핀잔을 주니 섭섭하다.

그럴 때마다 아내에게 서운하다. 내 편을 들어줄 만도 한데. 단 한 번도 내 역성을 들지 않고

손자 편만 든다.

이때 난 속으로 이 여편네 하고 감정을 표현한다.

아는 지인과 대화 중 손자가 내게 ❛하비❜라고 부른다고 했더니 하는 말.

할아버지란 단어를 몰라서 그런 것이냐고 되묻는다. 아니라고.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그 정도의 단어도 모르겠느냐고 외려 타박을 놓았다. 우리 손자, 왈 자기 자신에게 천재라고 부르는 아이에게 이 무슨 얼토당토아니한 표현이란 말인가. 얼마나 똘똘하고 똑똑한 아이인데.

애칭이라고 답해 주었다.

나는 할아버지 하고 부르는 것보다 하비라고 부르는 게 좋다. 정겹다. 물론 더 크면 그렇게 부르지도 않겠지만.

어느 날 아들이 내게 아버지 하고 말을 붙여온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 이제 정신적으로 성숙하여 내 곁을 떠나려나 보다 하고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군대 제대 후 어머니께 엄마란 표현을 하지 않고 어머니란 호칭을 사용하였다.

한참 후에 어머니께서 말씀해 주셨다. 그때 너무나 섭섭했노라고. 아들이 당신 곁을 떠나갈 준비를 했구나 하고, 그 생각에 심장이 덜컹거렸노라고 하신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그래 닥쳐보니 어머님 말씀이 생각이 난다. 부르는 호칭 하나가 이렇듯 천변만화를 불러올 줄이야.

우리 부부는 대화 중에 상대에게 질문하거나 답변할 때 당신이란 표현을 자주 쓴다.

가장 무난한 단어란 생각이다.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 너는 어째서❞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다 부모님으로부터 심하게 질책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부터 여보라는 호칭과 함께 당신으로 부르게 되었고, 친구들 말을 빌리면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중늙은이 같은 표현을 쓴다고 놀림을 받았었다.

사용하는 단어가, 언어가 생각을 좌우하게 한다고 믿는다.

부드럽고 쓰기에 거슬리지 않는 언어를 사용하면 생활을 기름지게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난 오늘도 우리 마누라 남편으로, 손자의 ❛하비❜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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