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회복 소비 쿠폰

by 서장석

아들이 왔다.

시계를 보니 오후 두 시. 점심을 먹었느냐고 묻고, 하고 왔노라고 답하고 부자지간의 대화는 이렇게 단조롭고 영양가 없다. 좋은 말로 군더더기가 없다. 아들은 제 할 일을 하고, 난 다시 책상에 앉아 읽던 책을 마저 읽는다. 《 나 홀로 읽는 도덕경 》 최진석 작가의 책으로, 노자 사상에 관하여 본인의 생각을 경구와 함께 펼쳐 놓은 책이다. 독서하면서 에세이나 소설에 너무 치우치는 편독 현상을 가졌다. 그저 술술 읽히고 빨리 읽을 수 있는 종류의 책에 집중된 독서 경향은, 읽고 난 후의 느낌이나 감상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지워지거나 남는 것이 없는 현상을 가져왔다. 이를 극복하고자 철학이나 심리학 서적을 접하려 하였고, 첫 번째 책이 노자의 도덕경이었다. 책 내용 중 마음을 꿰뚫고 들어온 문장 하나 曲則全( 곡 즉 전 ) 글자 그대로 구부러지면 온전해진다는 뜻. 세상을 살면서 별로 잘난 것 없는데 자존심만 내세워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조직에 적응 능력도 떨어졌었다. 더더욱 조직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계속 읽어가면서 다양한 생각들이 떠오른다. 왜?라는 질문에 너무 인색했었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든다.


집사람이 손자를 돌보고 귀가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들도 왔겠다 함께 외식하자고 제안했다. 돼지갈비가 어떠냐고 질문하자 요번 주 목요일에 대장내시경을 한다고 아들이 대답한다. 그럼 무얼 먹지 하자 아내가 그냥 더운데 집에서 있는 반찬으로 한 끼 때우자고 한다. 알았다고 답하고. 책들을 반납하고 빌려오고자 도서관으로 향했다. 전 주만 해도 걸어 다녔는데 오늘은 너무 더워서 엄두가 나질 않는다. 집사람한테 차 키를 받아 운전해서 도서관으로 갔다. 더운 여름날 도서관은 최고의 피서지이자 지식 흡수의 보고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에 푹 빠져있다. 경기도에서 2025년 7월 1일부터 주최하고 시행하는 ❝천 권으로 독서 포인트❞행사 이후 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고 있다. 입소문이 난 유명 서적은 여러 날을 기다려야 대출이 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한낮 시간대에 방문하면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이 눈에 띈다. 오늘도 여러분이 책상에 앉아 지혜를 담고 있는 모습을 본다.


몇몇 서적 명을 컴퓨터에 검색하자 대출 불가 문자가 뜬다.

포기하고 올 때 마음먹었던 ❝장자❞관련 코너에 가서 책을 꺼내 훑어본다. 나름대로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는데 첫 번째는 너무 오래전에 발간된 책들은 제외한다. 글자 크기가 작고 종이 질이 나빠 책 읽기를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책 제목이 눈에 들어오냐의 여부다. 작가들이나 편집자들이 책 제목에 신경 쓰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세 번째는 글자가 너무 듬성듬성 있는 책들을 제외한다. 이유는 책을 쪽수 채우기로 메운 것 같은 인상이 있어서······.

책을 고르고 가방에 담아 집으로 오니 집사람이 두부 가게로 가자고 한다. 어디냐고 묻자 온유담 이란다. 차를 이용하여 도착, 안으로 들어가니 전 좌석이 꽉 찼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들이 이야기한다. 아들이 잘 가는 음식점이 있는데 어제 오전에 들렸더니 오전 매출만 27만 원 찍었다고. 확실히 소비 쿠폰이 발행되고 나서 매출이 늘어 장사할 맛이 난다고 가게 사장이 이야기하더란다. 나는 문재인 정부 때 받았던 쿠폰으로 안경을 맞춘 기억이 있는데, 사용하다 보니 부러지고 깨져 못 쓰게 되었다. 요번에도 쿠폰 받은 날 바로 안경점에 가서 시력에 맞는 돋보기를 주문하고 구매하였다. 나이를 먹다 보면 시신경의 저하와 노화가 오는데, 이에 필요한 것이 돋보기 거나 안경이다. 돋보기는 한 개 가지고는 불편하여 최소한 두 개 이상이 필요하다. 많게는 세 개까지도.


요즘 식당은 거의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계산하게 되어있다. 아들은 맑은 순두부를 아내는 콩국수를 주문하고 난 얼큰 순두부를 주문하였다. 안경 구매 후 남는 잔액을 가지고 계산을 치렀다. 집사람의 콩국수가 나오자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났다. 어머니도 콩국수를 참 좋아하셨는데라고 말하자 누구도 대꾸가 없다. 아내가 생각하는 시어머니와 아들이 생각하는 할머니가 내가 생각나는 어머니와의 간극이 크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집사람이 콩국이 진하다고 한 수저 떠 보란다. 한 숟가락 먹어보니 확실히 콩국이 진하게 느껴진다. 사람은 가도 기억은 남고 부지불식간 머릿속에 떠오른다. 더운 여름 저녁 식사를 위하여 사용한 쿠폰으로 많은 생각들이 올라오고 멀어진다.


식사 후 아들은 제 집에 가고 아내와 마트에 들러 막걸리 한 병을 샀다. 너무 더워서 잠들기 힘들면 한잔만 하고 자야지 하면서. 막걸리가 잠으로 가기 위한 마중물이라면, 소비 쿠폰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경제 활동이 나아지기 위한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한참 시끄럽다. 미국발 관세 때문에. 격변의 시대에 온정이 넘쳐나길 기대해 본다.

2025.07.29

이전 13화도서관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