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여행
2025년 5월 마지막 날. 집에 올 때 지하철을 이용하였다.
지하철 8호선 문정역에서 승차, 복정역에서 수인분당선으로 환승, 망포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복정역에서 수인분당선에 올랐을 때 앞자리에 외국 여자분이 앉아 있었다.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고.
그녀의 외모부터 봐 가며 그 작은 얼굴에 눈, 코, 입 등 모여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뚫어지게 볼 수는 없는지라 흘끔흘끔 보면서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가천대역에서 내린 후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로 두 정거장을 지나쳤다.
궁금해졌다. 저 자리엔 누가 앉아서 갈까?
내가 앉은자리 맞은편엔 좌석이 7개였고 그중 바로 맞은편 자리만 비어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버스 옆자리가 비었을 때 가졌던 환상 같은 것을 꿈꾸기 시작했다. 방송에서 야탑역임을 알리고 문이 열렸다.
그리고 문제의 그녀가 탑승하여 앞 좌석을 차지했다.
우와 대박!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낯익은 얼굴이었다. 너무 똑바로 볼 순 없어 곁눈질로 봤을 때 트와이스의 쯔위 아닌가 싶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내가 기억하는 최고로 예쁜 얼굴이라고 인정하고 있었기에.
원 세상에 저렇게 예쁜 사람이 다 있다니. 키는 일 미터 육십 센티미터 아담한 체구에, 얼굴은 주먹만 하다. 그 얼굴에 왕방울만 한 눈을 가졌고, 콧날은 샐쭉하게 오뚝 서 있으며, 머리카락은 단발머리에 붉게 염색해서 세련된 도시여자 그 자체였다. 목걸이를 했는데 좁쌀만 한 실 목걸이를 착용하여 있는 듯 없는 듯 흰 피부와 너무 잘 어울렸으며, 반짝이는 귀걸이가 귓불에 박혀 있었다. 또 빨간 장미가 새겨진 흰 블라우스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파란색 겹주름 치마, 목이 긴 검은색 부츠를 신고 있다. 살아 숨 쉬는 인형을 맞이한 날이었다.
오늘 땡잡은 날이다.
지나치게 집중하여 보고 있는 것을 들킬세라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이 무슨 주책이란 말인가. 나잇살 먹어서 남우세스럽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시선을 뗄 수가 없다. 주위를 의식하고, 안 보는 척하며 보고 또 봐도 아름답다. 몇 정거장 가서 그녀가 내렸다. 잔상이 남는다. 잔상으로 인한 관심을 사람에게 돌리고.
난 앞사람들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다들 스마트폰에 머릴 박고 있거나, 때 이른 낮잠을 자거나 아니면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보인다. 왜 다들 저러고 있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다 즉각 답을 찾았다. 그렇다. 앞사람과 시선 교환이, 눈 마주침이 부담스러워서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핸드폰에 시선을 주거나 눈을 감거나 잠시 잠깐의 가 수면을 했던 것이었다.
시선 처리의 부담으로 눈 깔아가 시전 되고 있었다. 나도 지하철을 이용하며 출, 퇴근을 해 왔었는데, 지금은 자가용으로 생활하며 지내왔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생리를 잊어버린 것이었다. 지하철을 이용한 것이 거의 일 년 전 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경우의 수를 두고 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고, 값싸고 편안하며 신나는 여행을 할 수 있었기에. 기쁨이 두배로 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