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상담 | 상처받은 마음 말을 못해서 뒤늦게 울었다

by SEOK

10월에 친구에게 추천받은 상담소를 예약하고 11월부터 상담을 시작했다. 정신과도 가긴 가야 할 것 같은데 병원을 찾는데 오래 걸릴 것 같고 가서 약을 맞추는 것도 힘들 것 같아서 미루고 상담을 먼저 시작하기로 했다. 곧 가긴 가야지,,

전에도 짧게 상담을 받긴 했지만 회기가 짧았고 선생님들과 그리 잘 맞지 않았고 (아무래도 내 상태가 안 좋아서 그랬을 수 있다) 상태가 좋지 않았던터라 상담을 받는 것이 버거워서 상담 가기 싫은 날이 많았다.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내 마음에서 정리가 안되고 누군가 물어보면 "응 잘 받고 왔어 괜찮은 것 같아"라고 말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괜찮았는지 모르겠다.

사는 동안 항상 어렵고 고통스럽기만 했던 엄마가 떠난 지 6년이 지났다. 심리 상담을 시작한 것도 그 이후부터다.

사실 상황으로 보면 엄마가 살아있을 때 상담을 더 받았어야 한 것 같지만,, 아무튼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상담이 시작되었고

이전 상담에서도 엄마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긴 했지만 계속 내게 남아있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나의 삶을 생각하면 상담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내 불안의 이유가 될만한 단서를 찾았다.

내가 단순히 엄마가 떠나서 이렇게 마음이 아픈가..? 엄마가 보고 싶은 건가..? 뭘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자주 떠오르곤 했는데

그 생각의 끝에 "아니? 넌 그런 상황을 자주 겪은 거야"라는 답이 떨어졌다.

7살에 할머니, 초등학교 4학년 할아버지, 28살 엄마, 32살 큰이모.. 가족이라곤 외가뿐인데 외가에서 네 명이나 돌아가셨다.

불안할 수밖에 없다. 내가 느끼는 불안은 죽음에 대한 불안이 꽤 크기 때문에 이 마음을 꺼내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제발 남은 생은.. 만약 이 상담이 30대 내내 받아야 한다면 그래도 좋으니 40살부터라도 불안을 덜어내고 살고 싶다고 상담 신청서를 썼다. 우울도 한몫하지만 내 우울은 불안에서부터 오는 것 같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1회기 때는 왜 상담을 신청했는지 위에 적은 이유를 말하고 그 이유에서부터 시작해서 내가 느끼는 불안함과 생각을 마구 꺼내놓았다. 너무 많이 생각해서 이미 정리가 되어 있는 이야기들이 많았고 좀 정리하면서 말하고 싶어 하는 편인데 진짜 잘 정리해서 말해서 나 스스로도 놀랐다. 그만큼 많이 생각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그리고 두 번째 상담

지난 상담 이후 어땠는지로 시작했다. 지난 상담에서 엄마에 대한 원망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막상 이야기해보니 구체적인 원망이 없었다. 생각해 보니 엄마에 대한 원망이 정말 없는 것 같다, 일시적였이던것 같다고 말했고 그 이야기에 이어 나는 어떤 일이 생기면 그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된 후에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 대부분 안 좋은 일이고.. 대부분이라기보단 100%! 바로 말하면 그 일이 너무 슬퍼져서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기분 나쁜 것도 바로 말 못하고 나중에 말하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화가 날 때 혼자서 삭히다가 아예 말을 못 하게 되는 상황도 있고 나중에 편한 자리에서 가볍게 말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근데 결국 말을 못 하거나 풀지 못하면 어떤 일이든 계속 생각이 나는데 지금까지도 생각나는 일들이 있다고 말했다. 눈치 보고 나를 못한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함께 했다. 그런 마음이 계속 든다고..

두 가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예전에 청소년 수련관에서 근로학생으로 일한적이 있는데요. 저희 팀 선생님께서 저한테 유리에 붙은 스티커를 떼라고 하셔서 떼고 있었는데 다른 팀 선생님이 보시더니 "맨듀씨 그거 스티커 제거제 저 옆방에 있어요"라고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고 가지러 가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그 옆에서 일하는 다른 선생님이 "왜 일을 저렇게 하지?"라고 하시는 거예요. 나한테 말했나? 싶었는데 스티커 제거제 있다고 알려주신 선생님이 "왜 그래~ 모를 수도 있지 알려주면 되는데"라고 하시는 걸 듣고 아, 나한테 하는 소리가 맞구나 하고 기분이 나빴던 적이 있어요. 근데 저 때가 20대 중반이거든요? 근데 지금 이렇게 어제 있었던 일처럼 말할 정도로 그냥 문득문득 생각이 나요"

선생님께서 그게 어떤 기분이었는지 물어보셨고 처음에는 나는 왜 나를 일 못하는 사람 취급하지?로 시작했는데 이야기하다가 그날 실제 기분이 떠올랐다. 그날도 엄마는 술을 먹었고 방세가 밀렸었던가? 마음이 계속 불안하고 슬픈 상태였다. 일하는 곳이니 그걸 꾹꾹 참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 저런 말을 들었더니 서러움과 억울함이 밀려왔던 게 생각났다. 서러웠다.. 맞다 서러움..

"지금 저 에피소드와 똑같은 감정을 느꼈던 일이 하나 더 생각났어요. 이 일도 가끔씩 떠오르는 일인데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이 두 일이 같은 감정인데 해결되지 않은 일이라 계속 생각이 나는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인데요. 시험기간이라 교무실에 들어갈 수가 없던 기간이었는데 저는 볼 일이 있어서 선생님을 찾아야 했어요. 입구 앞에서 기웃거리면 교무실 입구 앞에 자리가 있는 선생님이 대신 불러주기도 하고 아니면 제가 발 한쪽만 넣고 몸을 살짝 넣어서 선생님을 부르기도 했는데 입구 쪽에 앉은 선생님도 일하시는데 그 선생님한테 매번 부탁하는 것도 좀 그런 거 같고 몸만 살짝 넣어서 안쪽에 계신 선생님을 불렀거든요? 근데 문 앞에 있던 영어선생님이 혼잣말하듯이 "아오... 진짜 영어로 써놔야 하나? 한글을 못 읽나? 들어오지 말라고 써 둔 거 모르나?" 하고 저를 보는 거예요. 그래서 아..ㅎㅎ..하고 멋쩍게 서있었는데 어떻게 부를 방법이 없으니까 대부분 학생들이 그렇게 했는데 갑자기 저렇게 말하는 게 당황스러웠다가 선생님께 볼일을 보고 교실로 갔는데 교실에서 친구들을 보니까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거예요. 애들이 놀래서 왜 그러냐고 해서 아 그냥 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프고 막 헉헉대니까 애들이 담임 선생님한테 전화해서 다시 교무실 앞에서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이야기 한 후에 양호실로 가려고 하는데 미술 선생님이 갑자기 오시더니 자기가 양호실로 데려다주겠다는 거예요. 선생님이 저를 어깨동무하듯 감싸시면서 "아까 영어선생님이 그렇게 말해서 속상해서 그래~?"라고 물으시더라고요. 원래라면 진짜 몸이 아픈 게 아닌데 양호실에 가는 상황이니까 아니라고 했을 텐데 저도 모르게 "네, 근데 머리가 아픈 것도 맞아요"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그 샘은 꼭 가끔 그렇게 말하더라~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양호실에서 좀 쉬다가 올라가" 하고 가셨어요.

근데 갑자기 이 얘기를 하는데 꼭 진짜 그날처럼 양호실에 가던 그 복도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니 마음에 있던 응어리가 목구멍을 탁 치곤 눈물이 났다. 진짜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저 두가지 일에 대해 이런 일이 있어서 슬펐다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살았다. 어느 날은 떠올리지도 않았다 잊고 살아서. 근데 꼭 갑자기 생각나서 마음을 쳤고 이제서야 10년이 지나서야 그 서러운 마음을 꺼내놓고 울었다. 엉엉은 아니지만.. 그 눈물이 시원했다.

저 상황에 대해 상황극처럼 이야기를 해보고 지금 그 상황이라고 치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해본게 효과가 좋았다.

한 이야기로 두가지 상황에 대한 감정이 풀렸다.

상처받은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하지 못하면 이렇게 오래 남는다니..

상처 받아서 잊을수가 없었던거였다. 그리고 상처받았다고 솔직하게 말을 못해서.

말하는 훈련이 안되어 있기도 하고..

갈 길이 멀구나

멀어도 좋다 나아지는 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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