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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 Sep 21. 2019

지나가세요

최근 마음이 이상해서 심리상담센터나 정신의학과를 찾아보고 있다. 우울이라기엔 너무 밝고, 잘 먹고, 잘 돌아다니고, 일도 잘 다니지만 흘려보내지 못한 것들이 마음 한편에 굳어있다. 내가 나를 완벽히 알기는 어렵겠지만 마음의 상태를 잘 느끼고 있다. 작년에 최고치를 찍은 우울을 어물쩡 지나 보내고 또 앓게 될 나.   


친구들을 만나거나 밖에서 혼자 술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참 길다. 집 근처에 도착해서도 들어가기 싫은 마음에 담배를 한 대 피우거나 동네를 뱅뱅 돌고 몸이 살짝 지칠 즈음에 들어간다. 길거리에서도 혼자, 집에서도 혼자인 것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정리도 하지 않고 TV도 켜지 않고 누워 잠드는 이 좁은 방이, 출근길에 불을 끄고 방문을 닫을 때 잠들었던 곳곳의 상처들이 밤이 되어 불을 켠 내게 스며든다.

나는 울지 않았다. 새벽에 쿵쿵대는 술 취한 발걸음 소리와 문을 여닫는 소리, 스치는 소리들에도 나는 울지 않았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커졌다가 줄어들어 어찌 잠이 들고도 날이 밝으면 아무렇지 않게 "어제 잠을 못 자서 피곤하네"라며 마무리된다. 분명 그렇게 쌓였을 것이다. 내 마음의 피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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