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글방] 06. 나에게 쓰는 편지
SEOK, 안녕. 그동안 잘 지냈어? 친구들에겐 편지를 잘 썼는데 너에겐 8년만에 쓴다. 미안한 마음이야. 우리가 항상 함께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니까 편지를 잘 안 쓴 것 같아. 더 많은 안부를 물었어야 했는데 잘 안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네. 그동안 마음이 어땠냐고 물으면 너도 울고 나도 울겠지. 아프기 바빴던 날들을 보내고 조금은 덜 아픈 날들을 보내면서 너는 또 아프잖아, 그동안의 일들과는 다른 문제로. 매번 우리가 나눴던 대화처럼 괜찮아질거라고 말하고 싶어. 그동안 쭉 괜찮지 않았지만. 이런 말들이라도 오가야 그나마 나아진다는 걸 아니까. 너는 너보다 남들을 더 걱정했지. 네 생각만 하고 살아도 되는데 너는 오래 굳은 습관을 바꾸기 힘들다고 했지. 하지만 사람은 어차피 본인이 제일 우선이야. 남을 걱정한다고 해도 제일 걱정하는 건 내 자신이라는 걸 너도 잘 알겠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우는 날이 줄었다는거야. 정말 진심을 다해 다행이라고 생각해. 너는 너를 너무 사랑해서 밉다며 남는 건 미움뿐이라고도 했었지. 우리의 앞날은 사랑만 있었으면 좋겠다. 스스로에게 되묻지마. 묻는 순간 미워할거야. 우리는 그냥 사랑만 받고 살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