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세상은 계속 전문가를 만들어낼까?
전문가(專門家, expert):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최근 “전문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특히 ‘브랜딩’과 관련해선 더욱 그렇다.
최근 읽은 책 『일의 감각(조수용)』에서는 브랜딩은 포장이 아니라 내면에 있으며,
일의 본질이자 존재 의미를 뾰족하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본질(Essence)’이라는 단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도 이 말에 일견 공감한다.
하지만 그 본질을 보고, 그것을 뾰족하게 만드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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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본질에 대해 잘 고민할 수 있을까?’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다른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꾸준히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대부분 호기심이 많고, 지구력이 강하며, 남을 배려할 줄 안다.
호기심이 많으면 주변에 관심이 생기고, 그 관심은 더 깊은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스스로 찾아보고 끈질기게 공부하게 된다.
공부라고 하면 마치 누군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것 같지만,
스스로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공부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하게 된다.
그런 사람의 배움은 어떤 천재 과외 선생님의 가르침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진다.
그렇게 되면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도 몇 번이고 참고 이겨낼 수 있는 ‘끈기’가 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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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본질’을 알고자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탐구해 온 분야의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디자인은 왜 저렇게 나왔을까? 왜 저 재료를 사용했을까? 기획은 어떻게 된 걸까?
각 분야의 평가 기준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결국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고, 함께 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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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분명한 건 있다.
결국 전문가도 내가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분야는 달라도, 그 사람의 호기심과 끈기는 볼 수 있다.
브랜드 업계에서 자주 말하는
“오너를 뛰어넘을 수 있는 회사는 없다”는 말과도 닮았다.
전문가를 잘 활용한 리더는 스스로 ‘비전’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리더는 다른 것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과 철학을 확고히 지킨다.
비전이 없는 리더에게 전문가의 조언은 단순한 외주가 되고 만다.
조언은 정교해질 수 없고, 방향도 흐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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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문제는 기준 없이 전문가를 찾는 태도에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기능장, 명장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전문가일까?
아니면, 오랜 시간 한 일을 반복한 숙련공일까?
자격증(certification)은 기준을 증명해 주는 장치처럼 보이지만,
그것만으로 전문가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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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이성민 분)은 초밥을 쥐는 요리사에게 묻는다.
“밥알이 몇 개고?”
수천, 수만 번의 반복 끝에 만들어진 초밥을 쥐는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라, ‘장인’이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AI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과연 이 중에 진짜 전문가는 몇이나 될까?
곧 또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쏟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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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며 생각해 보니, 장인은 그가 생을 다할 때까지 장인으로 남지만,
전문가는 과연 죽기 전까지도 전문가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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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자격증을 가진 장인일까,
한 분야에 오랜 시간을 쌓은 전문가일까,
아니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일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전문가가 필요 없는 시대가 아니라,
‘진짜 전문가를 알아볼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해진 시대라는 것.
변화가 빠를수록
‘전문가’의 의미는 더 명확해진다.
그건 자격증의 유무나 경력의 길이보다,
‘누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인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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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해결사’를 찾고 있는 게 아닐까?
그게 전문가든, 나 자신이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