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꼭 ‘놀이터’가 되어야 할까?

지속 가능한 ’ 재미’는 결국, 기억에 남는 ‘진정성‘이다.

by 석희

‘Got Milk?’ 캠페인으로 유명한 제프 굿비(Jeff Goodby)는

“브랜드는 놀이공원 (amusement park)이고, 상품은 그곳에서 사는 기념품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마케터들이 이 문구를 인용하며, 이 비유는 업계의 정설처럼 여겨진다.


SSG 랜더스와 스타필드(Starfield)를 세운 정용진 회장도 말했다.

“고객의 소비보다 시간을 빼앗겠다”

이 문장은 단순한 소비 유도를 넘어 고객의 체류와 몰입을 중요시하는 전략을 담고 있다.


이 두 진술은 같은 방향을 향한다.

브랜드는 결국 ‘놀이터(playground)’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놀이터’라 하면 흔히 어린 시절의 미끄럼틀(slide), 그네(swing)가 떠오른다.

하지만 디즈니랜드(Disneyland),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s), 에버랜드(Everland) 같은 ‘amusement park‘ 역시 놀이터의 확장된 개념이다.

스타필드 역시 공간 전체가 그 이미지를 연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가 자주 찾는 혹은 가고 싶은 장소 역시 ‘놀이터’와 닮아 있다.

피규어 숍, 시가(cigar) & 위스키(whiskey) 바 혹은 ‘네일 숍(Nail shop)이나 헤어살롱(Hair Salon)처럼 ‘어른들의 놀이터’라고 불리는 공간 외에도 너무나 많은 콘텐츠들이 도처에 깔려있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나이·지역·환경에 따라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과 모이게 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세대나 지역에 따른 취향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예전에 도쿄에 갔을 때 이 흐름을 또렷하게 느낀 적이 있는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 경험도 한번 나눠보고 싶다.


또한 놀이터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과거엔 ‘게임’ 혹은 ‘만화’에 빠지게 되면 문제아 소리를 하며 손가락질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경제 시스템의 한 축을 구성하는 산업이 되었다.

2023년 전 세계 게임 시장은 약 1,840억 달러(약 2,500조 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전 세계에서 ‘국보’급으로 찬양하고 있는 ‘페이커‘같은 글로벌 스타를 만들어 냈다.

또한 네이버웹툰은 웹툰엔터테인먼트(WBTN)라는 이름으로 2024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약 3.6조 원 밸류)되며 파급력을 보여주며 세계적인 입지를 강화했다.

이처럼 콘텐츠는 놀이터가 되고, 그 놀이터가 커질수록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 인간은 모두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


내가 어렸을 때는 어른이라고 하면 어른스러워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지금 생각했을 때 어른스러움이란 대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나의 개성을 표현하지 않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최대한 튀지 않게 살아가는 것일까?

“지금은 몰라, 나중에 크면 알게 될 거야.”라는 말을 들으며,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에 따라 깎이고 다듬어진 모습이 어른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

물론 ‘사회화’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물론 모든 변화에는 장점도, 단점도 공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려는 자는 누구든—정치가든, 자본가든, 기업가든—결국 도태되고 만다는 것.

우리는 이미 수많은 사례를 통해, 역사를 통해 대세를 거스르게 되면 어떻게 세상이 반응하는지에 대한 사례들을 배워왔다.


앞서 말했듯, 사람은 누구나 궁극적으로 자신이 행복하고 즐겁기 위해 살아간다.

예전에는 주어진 환경 안에서 소소한 만족을 찾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열리고 있다.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에 둔 삶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또한 재미와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드는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자기다움, 본질을 지켜야 한다.

또한 새롭기 위해 동시에 창의적인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내야만 한다.


재미와 즐거움을 즐기는 그 시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한탕주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기존 비즈니스 전략 ’ 공간, 유통, 입지‘ 역시 힘을 잃고 있다.

“더 이상 강남 번화가에 매장을 내지 않아도, 한 명의 인플루언서가 올린 영상 하나로 그곳이 어디든 사람들은 줄을 서는 시대다.”

위 사진은 심지어 2016.10.17 행사다.


나는 현재 독서모임 플랫폼 ‘트레바리(Trevari)’에서 한 클럽을 3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운영 중이다.

돌이켜보면 이 모임 역시 하나의 ‘놀이터’였다고 이 글을 쓰는 지금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놀기 위해 오는 자리는 아니었으며, 때때로 ‘애(哀)’와 ‘노(怒)’를 느끼기도 하지만,

내게는 ‘희락(喜樂)’을 가장 깊게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장소다.


종종 주변 사람들이 묻는다.

“생계를 위한 일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오래 지속할 수 있었어요?”라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약 150명에 달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같은 마음이었길 희망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모임이 이렇게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단순히 재미가 있기만 해서는 이렇게 지속할 수 있다는 답은 충분하지 않다.

지속 가능한 재미에는 반드시 ‘진정성’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그 진정성을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사람의 말, 태도, 행동 속에서

진심으로 이 자리를 대하고 있는지를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그 진정성이 작든 크든 누군가에게는 ‘감동(be moved)’이 되고,

일단 본인이 움직였으니 그 누군가는 ‘관객’이 아닌 ‘참여자’로 이 공간에 서게 만든다.

(갑자기 드는 생각은 그래서 감동이 영어로 be moved인 건가 싶다.)

또 그 누군가는 그 공간에서 함께 놀고(play), 진심으로 즐긴다(enjoy).

이 모든 것이 놀이터가 지닌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브랜드는 결국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나는 깊이 공감한다.



결국 브랜드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간을 머물게 하고, 그 시간을 자발적으로 쌓게 하는 놀이터 (playground)‘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그 시간이 쌓이고 쌓이면, 브랜드는 그 사람의 일부가 된다고 생각한다.


P.S 갑자기 메리 앤 스타니제프스키의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라는 책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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