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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선 May 17. 2023

진짜 안전 교육이 필요해!

교육이 교육다워야 교육이지!

산업재해란 결과적으로 보면 이미 사고가 일어난 후의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사업장에서는 작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하지만 재해를 막기 위한 노력은 기업뿐 아니라 노동자 자신이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얼마 전 구청에서 안전교육을 한다기에 참석했었다.

 어차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지만 평소 관심 분야이기에 한껏 기대하며 참석했다. 

강사 선생이 연신 자신의 이론적 지식을 떠들어 댄다. 

하인리히의 도미노 이론이라던가 버스의 재해 연쇄 이론 등과 같은 이론적 강의를 가르치려 하고 있었지만, 과연 몇 명이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순간 배알이 꼴리면서 울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그저 한심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분석을 통해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미리 방지한다는 취지는 환영받아 마땅하나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가령 교통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매는 환자에게 사고 경위를 묻는다든가 앞으로 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니, 다음엔 이런 식으로 운전하시라고 이야기한다면 얼마나 어이없는 상황이겠는가 사고가 나면 환자를 안전하고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오늘날의 안전교육은 수박 겉핥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 동안 내가 도대체 여기서 뭘 하는 것인지 저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하고 그런 탓에 여기저기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리는 등 최근에 들었던 안전교육 중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최악이었다. 

사전 준비도 안 되어있고 근로자의 구성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한다면 그건 이미 실패한 교육일 것이다.

요즘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중 ‘한문철 블랙박스’라는 프로가 있다. 필자가 지향하는 방식이기에 아주 신뢰하며 보고 있는데 만약 안전교육을 같은 방식으로 한다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방송을 한 번쯤 시청해 보신 분은 잘 아시겠지만, 일반 패널들이 모여 사고 영상을 보며 스스로 주의해야겠다는 인식을 심어줄 뿐 어떠한 이론적 학습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참석한 일반패널들은 영상을 통해 서로 사건을 공유하고 의논해 가며 사건 자체에 몰입하게 되고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에 전문가 한문철 씨가 이러면 이렇습니다.라고 결론을 내려 주는 방식이다. 

아직 시청하지 못했다면 한 번쯤 시청을 권유해 드립니다. 

과거 사측과 여러 번의 의논 끝에 모든 작업자에게 안전띠 지급을 약속받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작업자 스스로 귀찮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는 사례가 있었다. 

어떤 좋은 장비와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참여하지 않고 호응하지 않으면 유명무실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선택한 것이 무지에 의한 거부일 것이라 판단되어 교육을 강화하였더니 안전에 대한 의식이 조금은 개선되어 가는 모습을 보았었다. 

하지만 만약 2차로 가했던 안전 교육이 본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안전교육을 하기 전 참석하는 근로자의 작업 형태를 사전에 알아보고 그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례들로 구성되어 풀어가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그런 교육이 진정한 안전교육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기 위해선 강사의 철저한 현장조사가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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