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도 더 된 세월 동안 함께했던 脈(맥)이 스르르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보통 이럴 땐 잠을 자야 한다는 신호다.
긴 세월 동안 서로 말하진 않았지만, 무언의 약속 같은 것이다.
하지만 반듯이 맞는 것도 아니다.
더러는 틀릴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따금 머릿속이 뒤엉켜버린 실타래 같을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럴 때이다.
그럴 땐 脈과의 오래된 약속도 소용이 없다.
脈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내려다본다.
할 수 없이 잠시 눈을 감고 덜어내는 작업으로 脈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본다.
조각난 기억들 몇을 덜어보지만, 덜어낸 만큼 새로운 것들이 쌓였다.
아무래도 오늘은 힘들겠다.
포기하고 조각난 기억들이나 맞춰봐야겠다.
그러다 보면 인연이 다시금 떠오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각 녀석들의 큰 그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잊지 말라고 꼭 찾아내야 할 인연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