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 되자 하나둘 잠자리에 들기 시작했다.
모두 아지트에 있는 자신의 숙소로 들어갔지만, 마리는 좀처럼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을 뒤적이던 마리가 슬그머니 아지트 밖으로 나가 마을을 서성이고 있었다.
거리에는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NPC들만 주변에 불을 밝힌 채 서 있을 뿐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도 않았다.
마리는 굳이 라이트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길바닥에 버려져 있는 랜턴의 불빛에 의존한 체 거리를 배회하더니 빈 벤치에 앉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저었다가 자기 뺨을 때리는 등 조금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마을 밖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누가 있나요? 살려주세요!] 마리는 자신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에게 말을 붙이려는 순간 바짝 마른 나뭇가지 하나를 밟았다.
그 소리에 놀란 그녀가 갑자기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너무 놀란 마리가 뒤로 잠시 물러났지만, 이 네 부아가 치밀었다.
[이봐요! 이게 무슨 경우예요?] 화가난 마리가 그녀에게 따져 물었다.
[미안해요. 앞이 보이지 않아서 사람인지 몰랐어요] 마리는 자신도 처음에 그랬으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라이트를 켜세요] 마리가 대답했지만, 그녀는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라이트요 어떻게 켜는데요?] 그들의 대화는 잠시 이어졌고 그녀 역시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의 캐릭터이지만 이마리보다 높은 레벨이었다.
처음엔 상냥했던 그녀가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이마리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사실 레벨 때문만은 아니다 중립의 사람들은 화 혈맹이나 AC 혈맹 같은 조직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중립의 사람들은 혼자 즐기는 걸 좋아하지만 화 혈맹이나 AC 혈맹 같은 경우는 조직적인 사냥을 즐기기 때문에 자신들의 사냥터에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런 이유에서 종종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그러니 말이 곱게 나가진 않았을 것이다.
초면에 말을 내리기도 했으며 말끝마다 조롱 섞인 말투를 하는 그녀가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마리 역시 그녀에게 밀리지 않겠다며 자존심을 지키고 있었다.
처음엔 옥신각신 말싸움으로 시작했는데 자존심이 상한 둘은 주먹다짐으로 이어졌고 결국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되었다.
칼을 먼저 집어 든 건 마리였지만 칼을 휘두른 건 그녀가 먼저였다.
서로를 향해 칼부림하였지만, 누구도 베이거나 다치지 않았다.
분명 그녀의 칼이 마리의 목을 갈랐지만, 마리는 어떠한 상처도 입지 않았으며 그건 그녀 역시 같았다.
흥분한 마리의 칼날이 그녀의 심장을 서너 차례 찔렀지만, 그녀 역시 아무런 상처도 고통도 느끼지 않았다.
그때 마리는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단검을 생각해 냈다.
순간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은 단검을 꺼내든 마리가 그녀를 향해 달려들자 어느새 활을 집어 든 그녀가 마리를 향해 2발의 화살을 날렸지만, 그 역시 홀로그램 속 사람을 통과하듯 마리의 심장을 통과해 뒤쪽으로 날아가 땅에 박혔다.
어느새 그녀에게 다가간 마리가 은 단검을 이용해 그녀의 목을 갈랐고 그 길로 그녀가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잠시 후 마리의 단검이 검은색으로 변하더니 마리의 몸에 기운이 솟아났다.
짧고 따뜻한 바람이 몸 주위를 감싸더니 마리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공격력 10을 흡수하였습니다] 시스템의 알림에 마리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순식간에 2 LV이 올라 LV77이 됐었기 때문이다.
검게 변한 은 단검을 자신의 인벤토리에 감추고 마리는 다시 아지트로 돌아갔다.
최 박사뿐 아니라 모니터링하고 있던 다른 사람들 역시 마리의 행동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조금 전 일어났던 이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잠시 후 그 사건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왔는지 알 수 있었다.
병원 스피커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최 박사가 응급실로 내려갔다.
새로운 환자가 실려 오는 듯 보였다.
잠시 후 도착한 119 수송차량의 문이 열리자, 대원으로 보이는 한 사내가 CPR을 하고 있었으며 간호사는 수동 산소호흡기를 연신 눌러대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모르겠습니다. 몽환 병 환자인데 조금 전까지 앉아계셨는데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셨습니다.]
[쓰러진 지 얼마나 되었나요?]
[몇 분 안 됐습니다. 이곳에 도착하기 바로 전이었으니 불과 2~3분 정도인 듯합니다.] 최 박사는 조금 전 모니터링 시 살해당한 여인의 시간과 같음을 알 수 있었다.
[말도 안 돼~ 그러면 저들은 아주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건데... 어서 빨리 알려야겠어] 최 박사가 조금 전 사망자와 모니터링할 때 죽은 여인과의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또다시 수사 협조를 요청하였고,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었기에 최 박사는 확신이 들 때까지 당분간 함구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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