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시전 28화]
[켑 70층 갑시다.] 기세가 오른 혈맹원들이 다음의 목표인 70층을 도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70층부터의 공략은 이전의 층 과는 사뭇 달랐기에 준범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동안 말없이 자리를 지키던 준범이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말했다.
[좋아요 가봅시다. 하지만 이번 공략은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여러 가지 변수도 생기고 있고 그게 어떤 것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 상태라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준범은 50층 드라큘라의 죽음을 여전히 마음에 품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중 70층 사냥 경험 있으신 분 손들어 보세요.] 다혜, 주역, 울산 남, 그리고 막내 현준은 침묵했으며, 다른 사람들은 손을 들었다. 경험자들이지만 두세 번의 경험이 고작이었다.
[용사 2명 요정 2명이군요! 그래도 다행히 첫 출전용사가 2명이라 안심은 되네요.]
용사는 어느 정도 맞아도 버틸 수는 있지만 요정이나 마법사는 대미지가 크기 때문에 그것을 알고 있던 준범이 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준범이 두 개의 그룹으로 이동하자고 제안했다.
[어차피 70층부터는 화력이 좋아야 잡을 수 있어요.] 용사 캐릭터를 둘로 나눈 뒤 법사와 요정도 같은 인원으로 꾸미기로 하였다.
먼저 선두에 두호가 그 뒤를 준범이 가기로 하고 두호가 탱커 역할을 하는 동안 법사는 힐 요정은 원거리공격을 하면서 최대한 버티며 힘을 빼주다가 신호하면 일제히 뒤로 빠지고 후발대로 힘이 가장 좋은 준범이 짧은 시간에 마무리하자는 것이 준범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런 땐 탱커도 중요하지만, 탱커가 버틸 수 있도록 군주가 대미지감소 마법을 계속해서 시전을 시켜 주어야 했기에 어느 때보다 호진의 역할이 중요했다.
[잘못하면 두호가 위험해요. 물론 두호정도의 레벨이면 알아서 잘하겠지만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입구에 들어가기 전 69층에서 사용 가능한 방어 마법은 모두 시전 하시고 들어가야 합니다.]
[모두 이해하셨나요? 준비되었으면 바로 가겠습니다.]
51층에 모인 그들이 70층까지 가기 위해선 51층부터 59층의 골렘과 이후 만나게 될 '화염의 드래곤'을 반드시 쓰러뜨려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매 층마다 이동속도가 느린 몬스터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싸우지 않고도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도전엔 51층에서 59층에 등장하는 골렘이 그러했다.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골렘이지만 큰 덩치만큼이나 공격 및 이동 속도가 느려 게임 중에도 특별한 보상을 얻기 위함이 아니면 굳이 사냥하지 않던 괴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뒤이어 등장하는 화염의 드래곤이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불을 뿜어대는 드래곤은 이동속도뿐 아니라 공격력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든 괴물들은 처음 자신이 목격한 상대 혹은 공격을 받은 상대에게만 반격을 한다는 것이었다.
59층까지 빠르게 달려온 원정대가 60층에 올라서면서 비로소 자신의 레벨에 맞는 몬스터와 대결을 이어갔고 걱정하던 준범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괜한 걱정을 했음을 알았다.
날아오른 드래곤이 불을 뿜으며 원정대 쪽으로 다가서자 다혜와 마리가 녀석의 눈을 향해 활을 날렸다.
둘의 호흡은 완벽했으며 날아간 화살은 드래곤의 양쪽 눈에 박혔다.
바닥에 떨어진 드래곤은 현준, 주역, 울산남의 몫이었다. 셋은 한 몸처럼 움직였으며, 반응 속도 역시 빨랐다.
그간 화 혈맹과 높은 레벨의 중립들과의 많은 전쟁에서 습득한 생존의 기술일 터였다.
두호나 준범이 치고 나갈 땐 어김없이 뒤쪽을 지켜주는 마법사의 힐이 있었으며 드래곤이 몰릴 땐 호진의 대미지 감소 마법이 들어왔다.
완벽한 팀이었다.
그 모습에 준범이 흐뭇한 미소를 보였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리젠된 드래곤이 어느새 자신의 등 뒤에서 화염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앗! 뜨거워!] 준범의 목소리에 현준이 뒤 돌아보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 준범은 자신에게 화염을 토한 드래곤의 목을 베어 화풀이하였지만 여전히 민망함은 자신의 몫이었다.
상황이 민망했는지 준범이 크게 소리치며 앞으로 내달렸다.
[자~ 빨리 치고 나갑시다.]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큰 부상 없이 69층에 모인 원정대가 결전을 앞두고 약속대로 버프를 시전 하였고 준범은 그런 원정대의 버프상태를 꼼꼼히 살핀 후 크게 소리쳤다.
[모두 작전 기억 하시지요? 준비되었으면 올라갑니다.]
퇴마의 탑 70층에 모인 일행들이 일사불란하게 자리를 잡았다.
선두 두호를 필두로 원정대가 뒤를 따랐다.
모두 긴장하고 있는지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전진하였다.
이리스는 워낙 큰 괴물이라 100m 전방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크기가 거인의 마을에 나오는 거인과 비슷해서 방향만 알 수 있다면 금방 찾을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리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앞서가던 두호가 답답했는지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갑자기 빨라진 걸음에 후미에서 따라오던 후발대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졌다.
두호가 무언가를 본 것인지 윈드워크를 시전 하더니 더욱 빠르게 달려 나갔다.
그러다 후발주자였던 마리와 현준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앞서가던 두호가 이리스를 발견하고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뒤늦게 도착한 데이비드와 기태가 힐을 연신 시전 하였고 뒤이어 다혜의 활 질도 시작되었다.
------- 게임용어와 등장하는 괴물 -------
1) 탱커 : 전장의 보전 전술 때 탱크가 적의 화력을 대신 얻어맞아 보병들이 대응할 시간을 벌어주듯, 탱크 역할을 하는 캐릭터를 의미한다.
주로 개개인의 명확한 역할 분담을 통한 팀플레이의 개념이 적용된 게임, 특히 RPG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2) 골렘 : 골렘(히브리어: גולם)은 유대 민속에서 등장하는 사람의 형상을 한 움직이는 존재로, 어떠한 물체를 매개로 마법을 사용해 창조한다. 또한 시편이나 중세의 서사시에서는 돌이나 진흙 등 무정형의 물체를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했다.
골렘과 관련된 설화 중 유명한 것으로 16세기에 프라하에서 거주했던 랍비인 유다 뢰브 벤 베자렐(랍비 로위)이 창조한 골렘 설화가 있으며, 교육심리아학 용어인 골렘 효과 의 어원의 유래가 되었다.
3) 화염의 드래곤 : 드래곤을 용으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전혀 다른 것이다.
용은 이무기가가 여의주를 물어 성장한 것으로 뱀과 같은 긴 몸에 수염이 있는 반면 서양의 드래곤은 도마뱀에 가까우며 박쥐의 날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화염의 드래곤은 불을 뿜는 드래곤의 모습을 하고 있다.
4) 이리스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무지개의 여신.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들의 사자이다.
하지만 소설 속 이리스는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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