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시전 22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기선 Jul 13. 2023

연쇄 살인

판타지 [시전 30화]

마리의 문 앞에 도착한 호진은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은 후에야 노크했다. 

[똑똑] 노크 소리에 마리가 서둘러 은 단검을 인벤토리에 넣어두며 침대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았다. 

[누구세요?] 

[나야 호진이 잠시 이야기 좀 하자] 

마리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지만, 호진이 거절하며 둘은 자연스럽게 아지트 밖으로 나와 한적한 곳으로 걸어갔다. 

준범은 아지트를 나가는 호진과 마리의 뒷모습을 보았지만 무시하며 비아냥거렸다. 

[이것들이 남들은 생사를 걸고 있는데 연애질이네!] 

길을 걷던 호진이 발길을 멈추고 마리 쪽으로 몸의 틀며 물었다. 

평소 침착한 호진이었지만 에둘러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네가 현준이 죽였지?] 

[넌 충분히 따라올 수 있었어 윈드워크만 했어도 그리고  어떻게 번개 마법 한 번에 현준이 죽니? 물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사실대로 말해!] 

직설적인 호진의 물음에 마리는 당황해하지 않았다. 

잠시 주위를 보던 마리가 매서운 표정으로 말했다.

[왜? 너도 죽고 싶어?] 

호진의 기세를 물리려 했지만 호진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그럼, 이제 77 레벨이겠네!] 

[내가 72 레벨이니 5 레벨은 어렵지만 상대할 수 있어 아무리 그래도 넌 요정이잖아. 나에겐 안돼] 

그때 마리가 어디 한번 해 보시든가 라는 말과 함께 은 단검을 꺼내 들었다. 

검게 변한 마리의 은 단검을 확인한 호진이 역시 그랬구나 하면서 자신도 은 단검을  꺼내 들어 마리에게 달려들었다. 

힘에서 밀리지 않는 마리와 오히려 밀리고 있는 호진이 서로 물러서지 않고 서로 죽일 기세로 몰아붙였다. 

허공을 가르던 두 개의 검이 부딪히자 빛이 일어났다.

마리의 기운에 놀란 호진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듯 놀랐으며, 그런 호진을 보며 마리는 웃어 보였다.

호진의 땀방울이 흘러내려 오른쪽 눈썹 끝에 걸려있자 땀을 닦기 위에 오른손을 드는 순간 마리의 단검이 빠르게 호진의 목을 그었다. 

놀란 호진은 더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런 호진을 보며 마리가 비아냥 거렸다.

[왜! 현준이가 처음일 것이라 생각하는 거지? 하하하!] 마리의 말에 석호진은 피눈물을 흘리며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아아아...] 이마리가 쓰러지는 호진을 힐끗 보더니 다시 한번 주위를 살피며 혼잣말로 속삭였다. 

[하긴 이렌데 사람이 있을 리 없지] 가지고 있던 은 단검을 다시 인벤토리에 넣고 쓰러진 호진에게 다가가 호진의 죽음을 재차 확인한 후 호진이 가지고  있던 은 단검을 자신의 인벤토리에 넣었다. 

마리가 죽어있는 호진의 등 뒤에다 마지막 말을 남기며 지나온 길을 거슬러 걸어갔다. 

[그러길래 적당히 했어야지 네가 자초한 거야 날 원망하지는 마라] 

마리는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 아지트 속 자신의 방으로 복귀하였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이 형사와 공조팀은 아연실색하였다. 

이마리의 만행을 직접 보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지켜보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미 모니터를 통해 이번 사건이 알려지긴 했지만,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에 그저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이 형사는 게임사를 찾아가 저들과 소통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게임사를 찾아보기로 했다. 잠시 후 이 형사가 게임사에 방문했지만, 입구 보안요원에게 제지당하고 있었다.

제복을 입은 보안요원들이 이 형사를 막아서며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였다. 

[사전 약속을 하고 오셔야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오시면 어떻게 합니까?] 

처음의 친절한 모습과는 다르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격양된 목소리로 완강한 거부 의사를 표하고 있었다. 보안요원의 제지를 당하던 이 형사가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빗어 올리며 제차 진입을 시도하였다. 

[급해서 그래요. 전화라도 아니 한번 물어라도 봐주세요.] 

옥신각신하는 이들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이 형사와 보안요원에게  꽂혔다. 

낯선 시선들 사이에 이 형사가 애타게 찾고 있던 게임사 임원이 속해 있었지만, 운동복차림의 임원이 너무 어려 보였기에 이 형사는 알아보지 못하였다. 

운동복차림의 20대 중반의 임원이 옆에 있던 검은색 정장 차림의 비서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지시하곤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임원실 앞에 도착한 이 형사가 헝클어진 머리와 자신의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닫혀있는 문을 향해 노크했다. 

문이 열리자, 단정한 차림의 여비서가 이 형사를 맞이하며 임원실로 안내했다. 

임원실에는 두 명의 젊은 사내가 있었다.

티격태격하며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보아 친구 혹은 지인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이 형사는 젊은 사내의 시선을 의식했지만 애써 외면했다. 

휑한 사무실에 커다란 책상 그리고 책상을 지키고 있는 크고 작은 장난감들이 이곳의 주인인 듯했다. 

이 형사가 사내의 시선을 피해 두리번거리다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니 자신보다 족히 1m는 더 커 보이는 태권 v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이 깜짝이야! 뭐야! 이건] 이 형사의 말에 깔깔거리는 청년이 또 한 번 신경을 거슬렀지만, 이 형사는 이번에도 무시했다. 

순간 이 형사는 혹시 와 설마를 머릿속으로 반복하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저~ 혹시~] 말이 끝내기도 전에 사내중 유독 장난스럽고 눈이 동그란 청년이 이 형사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예 맞아요. 저예요! 이야기하세요!] 

이형사는 자신이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첫 만남에 존칭어도 아니고  반말도 아닌 모호한 말 흘림으로 자신의 용건을 이야기했지만, 청년들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퇴마록 게임 말인데... 여기 접속해 있는 사용자들과 대화를 할 수 있을지….] 

[이 형사님이라고 하셨지요! 우리 초면인데 아무리 저희가 젊다고 해도 초면에  그렇게 말을 놓으시면 되겠습니까? 더욱이 이 자리는 형사님이 부탁하는 자리인데...] 

젊은이의 단호한 말에 이 형사가 놀라며 정중히 사과하고 다시 한번 자신의 용건을 전했다. 

[아! 죄송합니다.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오늘 제가 온 목적은 현재 퇴마록 게임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 현상 때문인데요.] 

그간의 일 들을 브리핑받던 청년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강기영 서장님은 이런 것까지는 이야기해 주지 않으셨는데... 지금 이 말씀 사실 일인가요?] 

[예 사실입니다.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이라 아직 서장님에게는 정식 보고 드리지 않았지만 아마 지금쯤은 아실 겁니다. 통화해 보시지요] 

장난기 많던 청년이 어느새 제법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이 형사에게 정중히 이야기하였다.

[예 확인해 보겠습니다. 계발 자와 상의해 보고 방법이 있는지 함께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방법을 기대했던 이 형사는 조금은 아쉽다는 듯 한숨을 토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 ~ 예! 부탁합니다] 

이재형은 그 길로 최태성을 찾아갔다.

최 박사의 집무실은 복도 끝 쪽에 있어 그곳으로 가려면 좌·우측에 있는 환자 관찰실을 지나가야 했다.

예전에는 입원실로 사용했었지만, 공조팀 합류 후 병원 측에서 외부에서도 추적 관찰이 용이하도록 외벽 일부를 투명 유리로 만들어 주었다.

그 덕에 최 박사는 조금 더 손쉽고 빠른 관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형사가 복도 중간쯤 왔을 때 오른쪽 방에서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는 최 박사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윳빛 커튼으로 일부 가려져 있어 환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최 박사의 움직임으로 보아 심폐소생술을 하는 듯했다.

말없이 최 박사를 보고 있을 때였다 간호사 두 명이 이 형사를 강하게 밀어붙이더니 제세동기를 끌고 들어갔다.


31화 바로 보기 시전 : 네이버웹소설 (naver.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