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는 엄마와 바람난 아빠

# 코스母스 7화

by 서기선

# 매 맞는 엄마와 바람난 아빠


생활이 힘들어지자 어머니는 장사를 시작하셨다.

과거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서울 숭인시장에서 함께 나물장사를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 길을 택하신 듯 보였다.

어린 시절 숭인시장 지하도 한편에 자리 잡고 고사리 장사를 하시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모습은 나이가 들어 잊힐 법도 한데 잊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추억 같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계셨던 할머니와 곁을 지키시던 어머니를 자주 찾아가지는 않았지만 자장면이 먹고 싶을 때면 가끔 시장에 들르곤 했었다.

입이 짧았던 내가 삐죽 걸이며 시장에 모습을 보이면 할머니 눈치를 보시던 어머니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자장면을 사주셨는데 그때 먹었던 자장면의 맛을 기억하지는 못 하지만 어머니의 눈빛은 잊을 수가 없다.

얼마나 사랑스러운 눈빛이었는지 내가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나 어머니가 고사리 장사를 오랫동안 하신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양화점을 차리기 전 공백기동안 잠시 하셨는데 아마 그때의 경험으로 어머니가 장사를 시작한 것이 아닐까?

어머니는 골뱅이를 팔기로 하셨다.

학교에서 돌아와 체육관으로 가려고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는데 평소 같았으면 “아들 ~” 하시며 달려오셨을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고 부엌에서 골뱅이 삶는 냄새가 나를 먼저 반겼다.

냄새에 이끌려 부엌으로 가보니 그곳에도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엄마~] 하며 고함을 지르자 세면장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그래 이리 와봐]

세면장으로 들어선 나는 너무나도 많은 골뱅이 때문에 눈을 의심했다.

[이이익! 이게 다 뭐야? 무슨 골뱅이가... 와~ 이 많은 걸 어쩌려고...] [그리 서있지만 말고 이것 좀 한쪽으로 치워줘] 어머니는 쌀자루에 담긴 골뱅이를 옮기고 있었다.

[엄마! 이게 다 뭐예요?] [뭐긴 골뱅이지 엄마 장사 하려고] [엄마가 무슨 장사를 해요?] 순간 옛 기억이 잠시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런 건 해본 적도 없잖아요] [누구는 처음부터 잘한다던 다 이렇게 시작하는 거지]

분명 뒤에서 누군가 조력자가 있었을 것이다.

[아니 누가 이런 걸 하라고 알려준 거야?] 씩씩대는 나에게 [엄마가 알려달라고 했어] 하시며 툭 하고 배를 치셨다.

그러는 사이 옆집에서 아주머니가 들어오시며 [다 삶았어요? 종이는 접었고?] 하시는 것을 보아 분명 아주머니가 알려주신 듯했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삶은 골뱅이를 들고 아주머니와 서둘러 나가셨고 뒤따라가던 내가 어머니가 이고 있던 커다란 냄비를 빼앗아 들자 어머니가 [이리 줘] 하시며 당황해하셨다.

[그래서 어딜 가는데? 가요 내가 들어줄게] [괜찮아 이리 줘] [아 그냥 가요 내가 들어준다니까]

함께 걷던 아주머니가 말을 보탰다. “아들이 도와준다잖아 그냥 가요” 어머니는 못 이기는 척 앞장섰고 냄비를 든 내가 뒤따랐다.

어느새 대로변에 자리를 마련해 두셨는지 이미 장사준비가 되어있었다.

[곤로 위에 올려둘까요?] [응 그래 거기에 올려둬] 자세히 보니 곤로가 아니었다.

연탄이 보였기 때문에 곤로가 아님을 알 수 있었지만 생김은 비슷해 보였다.

[체육관 가야 하지 않아?] [이제 가야지요] [그래 다녀와 저녁에 보자] [예 다녀오겠습니다.]

그날부터 어머니는 황지 시내에서 골뱅이 장사를 하셨지만, 아버지는 그런 엄마를 마땅찮게 생각하셨다.

아버지는 남들에게 비처지는 본인의 모습, 남의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당신은 위신이라고 말씀하셨지만 내가 보기엔 과시에 불과했다.

양화점 사장님으로 있을 때도 현업에서 은퇴하셨지만, 여전히 관장님으로 살고 계시는 지금도 그렇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장사 소식을 일계 된 건 여러 날이 지난 후였는데 학생부 관원생의 부모님과 면담을 통해 알게 되었다.

[관장님! 혹시 사모님 장사하시나요?] [예? 아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사모님 같았는데... 아니신가?] [아닙니다. 우리 안식구 그런 일 못해요 잘못 보셨겠지요 하하하]

상담 후 본관장님 댁을 방문하신 아버지는 그곳에서 본관 사모님이 주시는 골뱅이 삶은 물을 드시며 만족해하셨다.

[와 ~ 이거 몸에 아주 좋은 건데 감사합니다.] [매일 드시지 않나요?] [예?]

[사모님한테 구입한 건데...] [우리 집사람이요?]

평소보다 일찍 귀가하신 아버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있다.

목소리도 격양되어 평소자신의 목소리보다 조금은 더 컸으며 말도 빨라졌다.

[너희들 얼른 니들방으로 가] 안방을 중간에 두고 우리 방은 양쪽으로 나뉘어 있다.

오른쪽은 내가 왼쪽은 동생이 사용한다.

동생방과 안방 사이에 부엌이 있었지만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서너 발자국만 딛여도 바로 안방이었다.

그리고 안방과 나의 방 사이엔 하얀색 도배지가 발려진 벽 하나만 있었기에 조금만 큰 소리로 이야기하면 어떤 이야기를 하시는지 들을 수 있었다.

물론 평소 대화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격양된 아버지의 목소리는 이미 내방에서도 조금 떨어져 있던 동생 방에서도 모두 들을 수 있을 만한 크기였다.

[너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냐?] [그냥 심심해서 하는 거야 뭐라도 해야 하니까!] [그거 하지 마라] [왜?] [하지 말라면 하지 마!] [그러니까 왜? 그러냐고요?] [네가 나 망신 주려고 환장을 했구나] [무슨 그런 말을 해요] [네가 계획적으로 나 망신 주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아아악!]

[왜 그래요?] [18 년아!] [아아악!] 험한 육두문자를 쏟아내던 아버지가 분에 못이 겨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셨고 어머니의 처절한 비명소리는 나와 동생 방을 오가며 심장을 때리고 있었다.

어머니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만큼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쌓여갔다.

[아아악!] [아아악!] [아아악!] 어머니의 비명 소리가 온 집안을 가득 매웠고 동생과 나는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언제쯤 이 고통이 끝이 날까? 언제쯤이면 고통스러운 이 순간이 지나갈까?

머릿속이 온통 분노로 가득했고 반항심은 커져만 갔다.

한바탕 분풀이를 하시던 아버지가 밖으로 나간 후에야 어머니의 비명 소리는 멎었다.

내가 안방을 찾았을 때 어머니는 여동생의 품에 안겨 서러움의 눈물을 흘리셨고, 주변 정리를 하고 있던 나를 불러 안치시곤 그래도 아버지 너무 미워하지 말라며 다독여 주셨지만 나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 바보야?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와? 차라리 이혼을 하세요]

어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한없이 퍼주기만 하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시원하게 욕 한번 하지 못하시는 사람들 말처럼 너무 순해빠져서 자신의 속이 다 썩어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마냥 좋은 사람 훗날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이슬 같은 사람이라고 회상하실 만큼 어머니는 맑고 깨끗한 사람이었다.

우리 엄마는 사람들 말처럼 정말 보살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넘어져있던 집기류와 가재도구들 그리고 어머니의 피, 그리고 그것을 응시하던 여동생의 눈동자가 떨리는 것을 보았다.

아마 동생은 자신이 본 지금의 광경이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만큼 강렬한 충격이었다.

그날저녁 9시가 넘어도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겉으로 표현지 않으셨지만 분명 어머니도 두려워하고 계셨으리라 생각되었다.

나와 동생은 이미 언제 또다시 시작될지 모르는 아버지의 행동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며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었지만 문 밖으로 간혹 들리는 소리에 모두 깜짝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12시가 되어갈 무렵 동생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고 조금 전까지 깨어있던 어머니의 숨소리가 거칠어졌음을 느낄 때였다, 내려 안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는데 멀리서 아버지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나처럼 녹슨 기찻길을 목 노아 부르시며 집으로 들어오셨다.

놀란 어머니가 잠에서 께어 나시며 서둘러 나와 동생을 각자의 방으로 돌려보내려 하셨고 아직 잠들지 않은 나는 돌아갔지만 이미 깊은 잠에 빠져든 동생은 그대로 엄마 곁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돌아온 아버지를 맞이하시며 서둘러 이불을 펴시던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또다시 욕을 하셨다.

[저리 가 이년아!] [애들 자요 조용하시고 얼른 주무세요] 어머니의 주문을 조롱이라도 하듯 평소보다 더욱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시는 아버지의 행동이 납득하기 힘들었다.

[전해다오 전해다오 고향 잃은 서러움을 녹슨 기찻길아! 어버이 정 그리워 우는 이 마음.]

어머니는 동생이 혹시라도 일어날까 두려웠는지 잠들어있는 동생의 귀를 틀어막으며 [조용히 좀 해요] 하셨지만 돌아오는 건 욕뿐이었다.

[내 집에서 내가 노래 부른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 이 18 년아!] 하시며 또다시 폭언과 폭행을 하셨지만 이번에는 그리 오랫동안 이어지진 않았다.

어머니는 이미 취기에 곯아떨어져 코를 드르렁드르렁 하셨고 그러는 사이 어머니는 동생을 안고 동생방에서 그날밤을 지새우셨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는 폭언과 폭행은 다음날도 그리고 또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동내 아주머니와 이야기하시던 어머니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일을 겪으셨다.

아주머니의 말은 어머니뿐만 아니라 나도 그리고 동생도 어느 누구도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아버지가 젊은 아가씨와 바람이 났다는 이야기였는데 너무나 구체적인 목격담이었기에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만했다.

상대는 체육관의 관원생이었는데 여성 관원생 중에서 가장 잘하는 누나였다.

기량이 뛰어나 어지간한 남자 관원생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만큼 기량이 뛰어났는데 나와는 마주치는 시간이 매우 적었기에 서로 말을 섞거나 하진 않아 어떤 성품인지의 관하여 아는바 없었다.

그날 어머니가 체육관을 찾아오셨다. 내 기억으로 어머니가 체육관을 찾은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버지가 체육관을 개원하셨을 때에도 찾아오지 않으셨던 어머니인데 그날 어머니가 찾아오신 것이었다.

남자가 하는 일에 나서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고 알고 계시던 어머니는 아버지가 하는 일에 어떠한 것도 관여하지 않으셨다.

이전에 양화점을 하셨을 때에도 사람손이 모자라니 일손 좀 도우라던 아버님의 권유로 하셨던 어머님 이셨다.

쮸뼛거리던 어머니가 용기 내어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오셨고 그 모습을 본 아버지가 서둘러 어머니를 사무실로 들여보냈다.

두 분이 들어가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다시 돌아가셨고 돌아가시기 전 한참 운동을 가리키던 나와 관원생 몇을 둘러보셨다.

반가운 내가 손을 흔들어 보였지만 어머니는 잠시 미소만 보이실뿐 누군가를 찾는 듯 보였다.

그날저녁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 근처에 도착하신 아버지가 먼저 들어가라며 등을 떠미시곤 본인은 근처 막걸리 집으로 들어가셨다.

[너무 늦지 마세요.] 하며 마음에도 없는 친근함을 표현했지만, 아버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셨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막걸리 집으로 들어가셨다.

역시 그날도 아버지의 폭언과 폭행이 이루어졌다.

다만 이전과 달랐던 건 그날은 어머니의 목소리도 간간히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쳤어 미쳤어 기선아빠 왜 그래 당신] [시끄러워 어디서 말대답이야] [진짜 미친 거야?]

[이게 어디서 따박따박 말대답이야] [아아악] [또 나불대봐 어디 한번 또 나불거려 봐]

[왜 그래 진짜] [아아악] [이 쌍년아 그냥 죽어라 자꾸만 약 올리지 말고 그냥 죽어] [아아악]

이전보다 사나워진 욕지거리에 소름이 돋았다.

정말 내가 알던 그 사람 맞아? 정말 우리 아빠 맞아?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릴 적 양화점에서 보던 아버지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귀신 들린 듯 무서웠고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설마 아버지가 바람났다고? 에이 아니겠지 아닐 거야 믿고 싶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행동으로 동네사람들의 증언으로 그리고 당사자의 이야기로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무너지는듯한 가슴을 심장을 주체할 수 없는 미움이 당장이라도 폭발해 버릴 것만 같았다.

누구든 트집 잡아 두들겨 패고 싶다는 옳지 않은 생각도 했다.

물론 누구든 이란 아버지의 그녀 이겠지만 말이다.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 무턱대고 찾아가 패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무언가 구실이 필요했다.

그렇게 생각해 낸 방법이 누나가 활동하는 체육관 시간에 마쳐 방문하는 것이었다.

유단자끼리는 언제든 자유대련이라는 것을 할 수 있었고 흔한 일이기에 그 시간만 적적히 이용한다면 충분히 분풀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평소보다 일찍 체육관을 찾았다.

어제의 그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 기다리던 사람이 보이지 않아 기다려보기로 했다.

먼저 도복을 갈아입고 신발끈도 다시 한번 점검한 후 몸을 풀고 있을 때였다.

한 무리의 관원생들이 들어오며 인사를 했고 그들 사이로 N이 눈에 들어왔다.

바드득 이가 갈렸지만 내색하지 않고 관절 하나하나에 무한관심을 보이며 조금 있으면 벌어질 자유대련을 준비했다.

그녀도 유단자 인지라 만만히 보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세심한 점검이 필요했다.

N이 나를 확인하는 수간 당황해하는 눈빛을 읽었다.

하지만 그것이 내연녀로서의 그것이었는지 아니면 같은 시간대가 아니었기에 부딪힐 일이 없는 낯선 사내의 등장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분명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우리가 아무런 대화 없이 자신의 위치에서 암기하고 있던 권법을 몸에 익히기 위해 반복하고 있을 때였다.

[자 ~ 다들 자유대련 형태로 서봐] 드디어 기다리던 자유대련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다렸다는 듯 제일 앞자리에서 기준을 만들고 나를 중심으로 큰 원이 그려졌다. 그리고 원 주변에는 동시간대 함께 운동 중이던 관원생들이 둘러앉았다.

출전 선수를 정하는 건 오로지 아버지의 몫 이어서 누구도 관여할 수 없다.

아버지가 나를 의식한 듯 첫 출전부터 나를 불러 들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내가 다른 상대와 대련 중 쓰러져 그녀와 대련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 이거나 여러 명을 상대하다 지쳐버리길 바랐을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순수한 마음에 아들의 실력을 검증해 보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몹시 비뚤어진 내가 당신의 순수한 마음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했다.

내가 앞에서 자 속삭이는 관원생이 몇 보였다.

아마 자신들의 시간에는 볼 수 없던 낯선 사내의 등장에 수군대는 것이었을 것이다.

중간에 자리한 내가 짧게 인사한 후 짧은 소개를 했다.

[8시 타임에 있는 관원생 서기선입니다. 잠시 시간이 되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한수 배우고 가겠습니다.] [배우고 가시는 거 맞습니까? 가르쳐 주시는 건 아니고요! 하하하] 관원생 중 이미 나를 알고 있던 사내 하나가 농담을 던져 넣어 격양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했지만 가르 져주는 건 아니냐는 뒷 말 때문에 오히려 술렁거렸다.

[조용! 시작하자 경구 나와] 처음 보는 사내가 눈앞에 서며 인사를 한다.

물론 나 역시 예의를 갖추어 인사한 후 상대를 맞이했다.

양손을 편 체 오른손과 왼손의 높이를 바꿔가며 주위를 돌기시작했다.

내가 자세를 바꾸려는 순간 사내가 그 틈을 비집고 빠르게 내 목을 노렸지만 무의로 돌아갔다.

그 정도 스피드라면 충분히 상대할만했다.

이번엔 내가 녀석의 손등을 밀치고 들어가 목 밑을 누르자 주춤거리며 뒤로 넘어졌다.

반응으로 보아 입관한 지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았다.

[경구 나오고 희철이, 태민이 들어가] 2:1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번에도 서로 탐색을 하기 위해 시계방향으로 뱅뱅 돌았고 역시 내가 방향을 바꾸려는 사이의 틈을 이용해 녀석 중 한놈이 역시 같은 페턴으로 경 격 해 들어왔다.

이번에 들어온 녀석의 공격은 빠르기 보단 힘이 실려있었다.

하지만 힘보다는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동이라 녀석의 공격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살짝 옆으로 간격을 만든 후 반격에 들어가자 또 다른 녀석이 공격해 들어가는 나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려고 시도했지만 시도만 좋았을 뿐 정확성이 떨어져 내 발을 걷어차는 데는 실패하였다.

두 번째 들어온 녀석 때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번에도 앞선 경구라는 사내를 공격했던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먼저 공격해 온 사내를 넘어뜨리자 아버지는 둘을 물리고 드디어 N을 투입시켰다.

뒤이어 들어온 그녀는 내가 인사하는 틈을 타 공격해 들어왔다.

분명 비겁한 공격이었지만,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운동을 할 때는 페어플레이가 기본이다. 하지만 조금 전 N의 공격은 지탄받아 마땅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아버지와 관원생이었다.

설마 모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녀의 실수였음을 인정하고 관람하는 것일까?

아무튼 그 일로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고 속으로 소리쳤다.

‘잘 보세요 아버지 내가 N에게 어떻게 하는가 아주 부숴버릴게요’

눈앞에 그녀를 보는 순간 간밤에 아버지에게 흠칫 두들겨 맞고 계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했다.

아악 거리시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으며,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빨리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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