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母스 8화
# 2023년 겨울
2023년 겨울 보일러를 틀었는데도 방안공기가 제법 차갑던 1월의 어느 날이었다.
부스스 잠에서 깨어난 내가 노트북의 전원을 눌러 잠들어있던 노트북을 서둘러 깨웠다.
불현듯 생각난 이야기들을 빠른 속도로 옮겨 적기 위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니 타닥거림이 요란하게 들렸다.
새벽녘에 울리는 자판 두들기는 소리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요란한 타닥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일어난 집사람의 속삭임이 몰입하여 한참 이야기를 써 내려가던 나를 다시 현실세계로 불러들였다.
[안자?] [어! 일어났어! 조금 더 자지 왜?] [몇 시야?] [4시 다 돼가네] [이 새벽에 뭐 해?]
[어! 신경 쓰지 말고 더 자, 글감이 생각나서 적고 있었어.] [치! 누가 보면 작가인 줄 알겠네] [얼른 자 피곤하겠다.] [그래 알았어. 먼저 자]
집사람은 내가 하는 일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나는 이미 출판경험이 있는 어엿한 작가였지만 집사람은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당신이 생각하는 작가와 너무나도 괴리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글을 집필하기 위해 암자를 찾는다든가 하는 그리고 수염이 덥수룩하게 길고 담배 연기와 뒤섞여 골방에서 혼자 고민하고 있는 마감 전 누군가처럼 말이다.
그런 현실감 없는 사람들 말고 나 같은 사람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아마 내가 10권의 책을 목표로 하는 까닭도 조금의 인식변화를 기대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처음 시작은 노력하는 아빠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발전해 나아가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너희도 할 수 있어 도전해봐 하는 무언의 응원 같은 것이었는데 한참 동안 글을 적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문득 옛날 어머니와의 대화 내용이 기억났으며, 한동안 잊혔던 나의 꿈을 다시 끄집어내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어머니의 꿈이자 나의 꿈이기도 했던 작가가 되겠다던 꿈을 30년을 훌쩍 넘어서야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하늘에 계시는 어머니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까닭이었다.
아직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아이들이 변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젠가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오늘도 향기 나는 글을 적으려 노력하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지금은 그 미움마저 그리워질까 두렵다.
지금은 노쇠해진 아버지의 모습은 지난날 하늘을 호령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다혈질적인 성격 탓에 간혹 보여주시는 눈빛마저 예전의 모습을 잃었다.
언젠가 아버지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엄마가 진짜 미워서 그랬었냐고
아버지는 아무런 말씀을 하지 못하셨고 다만 미안하다고만 하셨다.
그 사과는 나보다 엄마에게 했어야 했지만, 이미 사과를 받아줄 대상도 시기도 너무 늦어버렸다.
05시 10분 알람이 울린다.
집사람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도록 서둘러 휴대전화의 액정을 가로로 긋는다.
새벽을 여는 사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또 다른 일이다.
서둘러 출근하지 않으면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는 추위에 떨고 있을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간에 기다림은 지루하고 피곤하지 않은가 그들을 생각하면 잠시도 지체할 여유가 없다.
어제 입었던 긴 패딩을 다시 꺼내 들고 서둘러 현관문을 여는 순간 차가운 공기가 “밖은 추워 옷은 입고 나가야지” 하며 소리치는 것 같다.
주차장으로 뛰어가는 발걸음이 가벼운 건 새벽에 일어나 몇 페이지 적어두었던 글감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자동차가 어둠을 가르며 내 달리는 동안 아버지를 떠올렸다.
어제 아버지와의 통화내용이 마음을 걸렸기 때문 일 것이다.
입맛이 없어 식사를 못하신다는 말씀과 점심식사는 하지 않는다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유난히 나약한 노인의 목소리처럼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어느덧 도착한 회사 정문엔 이미 도착하여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일찍 오셨네요] 하며 인사하자 [안녕하세요 주사님!] 하며 반갑게 맞아준다.
[왜 들 이렇게 일찍 오세요 날도 추운데 시간 맞춰 오시지...] 걱정반 원망반이 섞인 알 수 없는 감정표현으로 이야기하자 멋쩍은 듯 웃어 보이며 [버스 배차간격이... 다음차 타면 늦어요]
하며 이야기하시는데, “걱정하지 말라고 너나 잘하세요” 하는 듯 들린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8시가 넘어서야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여유시간이 생겼다.
어느 순간 느껴버린 아메리카노의 맛에 홀려 나도 모르게 이 시간이면 종이컵부터 찾게 된다.
하지만 오늘부터 늘 즐겨 쓰던 종이컵 대신 행정담당 정미옥 주무관에게 얻은 컵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탕비실을 정리하던 정미옥 주무관님이 사은품으로 얻었다며 컵 하나를 주었기 때문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고 주차장을 거닐다 문득 하늘에 떠있는 태양을 보았는데 마치 지난날 체육관에서의 내 눈빛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