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람의 노래

바람이 가르쳐준 이야

by 서기선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한 움큼의 빛이 흩어지고

잎새 끝에 맺힌 숨결들이

투명한 마음이 되어 떨어진다.


슬픔은 물결처럼 밀려와

모래알 틈을 포근히 감싸고

기쁨은 햇살처럼 번져

미처 말하지 못한 감정을 비춘다.


나는 두 감정 사이에 선 나뭇잎

흔들리지만 부러지지 않고

떨어질 듯하지만 끝내 가지에 남아

바람의 언어를 배운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끝에 돋는 풀잎들이 속삭인다.

그대가 밟고 가는 길에도

언젠가 꽃이 피어날 거라고.


keyword
이전 12화7행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