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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방식

by 서기선

어디선가 읽었다.
잊는 것도 사랑의 한 방식이라고

시간에 기대어,
마음을 덜어내는 법을 배우라고


또 누군가는
그곳에서 떠나라고도 했다.
낯선 풍경과
바쁜 하루가
슬픔을 묻어줄 거라며

등을 토닥여 주기도 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이겨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슬픔에 빠져있지 말고 한잔 마시고 잊으라고.
울지 말고, 괜찮은 척하라고.

그래야 주변인도 산다고


그 말들이

잘못됐다거나 나쁘진 않았지만

나는 그중 어느 하나도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을 가슴에 품고 살아보기로 했다.
바람 부는 날엔
그 숨결을 떠올려보고
비 내리는 밤엔
그 눈동자를 따라 걷기로 했다.


때로는
그립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 안쪽 어딘가
늘 그가 살아 있다는 걸 알기에


나는 이제
슬픔을 견디는 대신
그를 닮은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가 부끄러워하지 않을
하루하루를 살아 보며 말이다.


이건
잊음도, 회복도 아닌
내가 택한
사랑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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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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