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누운 얼굴이 사랑스러워
언제나 장난을 거는 쪽은 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당신의 하루가 무거웠나 봅니다.
어떤 장난도 건넬 수 없네요.
제잘 거리던 입술이 먼저 잠들고
숨결은 고요히 호수 위를 걷습니다.
나는 그 고요 속에 잠겨 한참을 머물렀으나,
그대는 내 품을 밀어내고 뒤척이다
무심히 등을 보이네요.
그 순간, 방 안의 모든 불빛은 꺼졌고
내 가슴속 작은 불꽃만이 홀로 타올랐습니다.
등에 걸린 침묵이 나를 경계하듯 서 있고
나는 그 선 너머로 다가서지 못한 채
우두커니 검정 묻은 침묵을 닦아내며,
가장 소중한 손끝에 묻은 기척으로
그대를 불러보지만 꺼진 불빛만이 퍼져옵니다.
그러나 압니다.
그대의 무의식이 잠시 등을 돌렸을 뿐,
저무는 기척이 아님을.
다만 전하지 못한 불꽃의 연기가
가슴에 머물며 수줍은 향이 되어 남을 뿐입니다.
오늘은 이렇게 그대의 등을 바라보며 잠들겠지만,
내일은 다시 당신의 볼을 닮은 연홍빛으로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