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소리에 몸을 일으켜 세우지만, 밖은 여전히 곤하다.
익숙해진 칠흑의 아침과 쉰내 나는 공기 속으로, 꺼지지 않은 그리움을 밀어 넣는다.
안전화 위로 소복이 쌓인 쇳가루가 아침밥보다 먼저 나를 반기고, 사나운 눈초리에 지친 몸을 일으켜 보지만, 격려가 먼저였을 것이다.
마스크 속으로 하루가 밀려들어오면, 전쟁이 시작됐고
굵은 땀방울이 이글거리는 철판 위에서 익어갈 때쯤 전장의 군인은 그리움을 잊는다.
몸보다 생각이 먼저 지칠 때면, 어느새 자리 잡은 어둠과 살아남은 군인은 '가족'이라는 이름의 전리품을 안고, 내려앉은 어둠 뒤로 사라진다.
하얀 연기에 실어 고단함을 토해내며, 텅 빈 주머니를 배회하던 굳은살이 애처롭다.
주머니 속 굳은살은 치열한 하루가 켜켜이 쌓여 만든 훈장이지만, 그것이 만들어낼 미소를 생각하니 곤한 몸이 녹는다.
짧은 작가의 말:
오래전 산업현장에서 일했던 기억을 더듬어 적어본 시입니다.
여전히 현장에서 자신과 싸우고 계신 분들께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끝내 웃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