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 (毒舌)

말이 남긴 흉터

by 서기선

까만 햇살이 내리꽂혀 심장을 파고든다.
새벽과 밤의 경계가 뒤엉킨 시간,
빛은 스스로의 온기를 잃은 채
검은 잔해를 쏟아내고 있었다.
세상은 잠시 숨을 거두고,
나는 그 적막의 중심에서 한 줄기 떨림을 느낀다.


무정한 마음이 사방으로 흩어져 흩날린다.
바람이 스쳐 지나가자
기억의 조각들이 먼지처럼 일어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흩어진 감정들은 닿지 못한 말처럼

방향을 잃은 채 떠돌 뿐이었다.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졌는가.
미명 속에서 굴린 질문은
긴 그림자 하나를 남겨두고
조용히 저물어 간다.
손안에 남은 것은 오래된 체온의 잔향,
사라진 것은 말하지 못한 시간의 무게였다.


끝을 알 수 없는 사막은 그대의 마음 같아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람은 내 흔적을 지우고,
발자국은 다른 계절로 미끄러져 갔다.
그대의 마음도 그런 것일 터—
가까워지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황혼의 뒤편으로 저물어 버리는,
붙잡을 수 있을 듯 끝내 닿지 못하는 마음.


그래서 나는 움켜쥐기보다 포용하기로 했다.
붙잡으려 할수록 멀어진다는 것을
저무는 빛이 말해주었다.
나는 그 고요한 가르침을 받아
그대의 사막을 스치는 바람이 아니라,
그 광막함을 조용히 감싸는
한 줄기 저녁빛이 되기로 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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