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갑지 않은 안녕!

by 서기선

누구나 태어나면 살기 위해 몸부림치듯, 나 또한 살기 위해 뿌리를 내렸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

그저 존재하려 했을 뿐인데 저들은 나를 악이라 부르고, 미움으로 기억했다.

그들이 나를 불렀을 뿐 내가 원해서 찾아온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들 앞에 서면 난 어김없이 죄인이 된다.

당신도 그랬다.

내 방문에 슬퍼했고, 내 존재 때문에 좌절했다.
그러나 그 또한 당신의 선택이었지 내가 원한 건 아니었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오늘 새벽, 당신의 가쁜 숨결 사이로 마음을 들여다보았지요.
혼자 남겨진 어둠 속에서 당신이 얼마나 많은 생각을 밀어 넣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불안에 떨고 있는지 눈가에 맺힌 이슬로 알겠더군요.


나도 알아요. 떠나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나도 살고 싶어요.

이제 막 뿌리를 내렸으니.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남겨질 사람들을 생각하니 목이 메인다며 흐느끼던 당신의 음성을 들었어요.


불꺼진 방,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과 그것을 몰래 훔치던 당신.
그 눈물의 온기 속에서 처음으로 당신 삶의 무게를 느꼈어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독이 당신의 어깨에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게 겹겹이 쌓여 있었는지를.


당신이 나를 부른 것이니 미안해하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은 떠나도 언젠가 다시 올 수 있다는 걸 명심하세요.


당신의 암으로부터.

금요일 연재
이전 20화고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