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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가 강사에게 (3)

강의는 하나의 프로젝트다

황화일이 주었던 추억과 교훈


직장생활하면서 출근해서 매일 처음 하는 업무 중 하나는 파일철을 새로 만드는 일이었다그 당시에 황화일을 거의 쓰다 보니 매일 아침 사무실에서 마주치는 색은 황색이었다매일 크고 작은 클레임들과 민원들을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다접수되면 계약 내용 확인부터 면담 일정 약속관련자 및 기관 방문 및 현장확인 그리고 최종 보고서작성까지 해야했다. 때로는 합의를 잘하는 것이 일의 역량 중 하나였고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든 일이 프로젝트였다. 목표와 일정이 있는 일은 프로젝트다. 강의가 프로젝트인 이유이다. 목적이 있고 그것들을 정해진 기한 내에 준비하고 자료를 만들어서 강연장에서 강의를 해야 하는 강사는 결국 프로젝트에 강해야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강의는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전화가 와서 강의일정을 확인하고, 주제와 대상 그리고 강의목적에 대해서 담당자와 통화를 마치고 나면 바로 하나의 프로젝트가 생성되는 것이다. 그 가운데에 다양한 서류도 발생하게 된다. 모든 것이 기한이 정해져 있는 일들이다. 일처리가 늦어지면 독촉을 받게 되고,  그러한 것이 한 두번 쌓이다보면 신뢰를 잃는 것처럼 강의도 마찬가지다. 


파일관리의 기본은 기록과 정리다


매일 파일을 만들고 진행일지를 새로 좌측에 메모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의 흐름에 대해서 미리 준비할 수 있었고 시간도 계획하고 사람을 만나는데에도 효율적으로 만날 수 있는 시간과 방법에 대해도 배울 수 있었다. 기록을 통해서 일을 가늠해볼 수 있고,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다. 결국 나는 황화일의 작업을 통해서 생산적이고 프로젝트를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


요즘에는 거의 많은 대부분을 노트북으로 해결한다. 하지만 지금도 파일작업을 자주하는편이다. 새로운 주제의 강의, 좀 더 내가 집중해서 공부하면서 준비하고 싶은 강연, 상품가치가 있어서 더 체계적으로 정리가 필요한 워크숍 등 의외로 많다. 요즘엔 예전의 구린 색깔이 아니라 다양한 컬러의 파일들을 만날 수 있어서 아예 색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아예 링으로 바인딩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제품들도 많이 나온다. 



파일작업의 장점은 바로 바로 보면서 일할 수 있다는 점


수백개의 파일이 집과 사무실에 있다. 들쳐보면 예전의 강의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 보면 참 단순하면서도 부끄러울 정도의 강의교안들이 참 많다. 하지만 그 역시 내가 걸어왔던 강의현장의 기록이기에 소중하다. 생각도 영글어가는 과일처럼 설익을 때도 있고, 아무런 맛도 없을때가 있지 않은가? 막연함을 구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장점중 하나도 파일작업이다. 때론 노트에 정리하는 것도 많은 도움을 준다. 



삶도 매일매일 새롭게 만들어지는 화일같다지혜롭게 차분히 고민하고 한 줄씩 자료를 더해가고 정리해나간다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나에게 황화일이 주었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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