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가 밝았다. 평소와는 다른 시작이었다. 12월 31일 어제는 무안공항에서 하루를 보냈다. 오전에 도착한 공항은 복잡하고 어수선했다. 유가족들의 텐트가 늘어서 있었고, 대합실은 브리핑과 정보를 찾는 사람들로 붐볐다. 2층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에서는 억눌린 울음과 한숨이 교차하며 울려 퍼진다. 한없이 무거운 공기로 가득했다.
도착하자마자 외사촌 여동생들을 안아주었다. 딸만 셋인 외삼촌 가족은, 결혼한 두 명의 여동생과 아직 미혼인 막내까지, 공항 2층의 대합실에 있었다. 표정은 담담했다. 막내가 말했다. "어제 수습 확인차 살펴본 아빠와 엄마는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는 나쁘지 않았어." 그 말에 마음이 울컥했다. 애써 밝게 말하려는 그들의 모습이 더 안쓰러웠다. 어떤 말로도 그들의 슬픔을 덜어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저 옆에 앉아 있어 주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그저 곁에 있었다. 말없이 손을 잡아주고, 체온을 느끼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좋은 여행을 가셔서 잘 먹고 잘 노시다가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야." 동생들의 이야기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에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고, 곁에서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빈 공간이 조금은 채워지기를 바라며.
한 해의 마지막 날이 지나고 새해 첫날이 되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한가지를 샐각해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에도 함께 있는 선택은 의미가 있을것이라는 것. 서로의 곁에서, 더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