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필. 9
23월의 밤들.
눈이 쌓인 길 위로 네 개의 발자국과 두 개의 그림자,
그리고 하나의 목적지.
춥지 않던 그 길을 지나 함께 걸어온 334일의 밤과
멈춰있는 고요한 바람과 눈.
24월의 어느 밤.
그 발자국 위로 다시 눈이 나리고, 나는 그렇게 계속 걸어가고.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때 이미 희미해진 발자국.
두 개의 발자국과 한 개의 그림자, 그리고 다른 목적지로.
다시 불어오는 바람과 눈, 그리고 흐르는 물.
시간은 기억들을 갉아먹고 추억의 모양만을 남기겠지.
그렇게 아득하게 흐려지겠지. 자국만 남긴 채 얼어붙겠지.
다가올 25월의 새로운 밤들.
눈 녹은 길 위로 갈색 발자국과 초록색 그림자.
이제는 보이지 않을 것들,
그 위로 나리는 분홍, 노란 꽃잎들.
흐르는 밤과, 흘러간 나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