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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준 May 05. 2018

나의 봄, 상태 #1

난필. 2




봄이라는 건 대게 긍정적인 감정들이 꽃피는 사이로 가끔씩 황사 같은 슬픔이 덮쳐오는 날이다. 무기력하게 노출되어버린다. 한바탕 슬픔이 지나가면
이건 눈물이 아닌 먼지라 위로하며 슬쩍 훔친다.



막연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인다. 희미하게 점멸하는 추억들, 선명했던 고백과
 이별 그 두 점 사이의 우리, 점심과 저녁 사이의 같이 보낸 시간들.
선명했던 것 모두 명확한 감정의 태그(tag)가 붙어있기에.
미화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선택적 그리움이겠지.



홀로 튀기 싫어서 가만히 섞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감정의 농도가 너무도 달라 명확하게 침전한다. 네가, 내가 헷갈리게 계속 섞어주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같은 계절
아래 있더라도 일교차만큼이나 다른 마음의 온도를 갖고 있을 테니.
차라리 너를 다른 계절에 둘걸 그랬다.


너의 생일이 꼭 일주일 남았다. 일 년 전, 그 날의 함께한 모습들이 머릿속에 박힌다. 망각하면 좋으련만 기억은 명확한 날짜를 증거로 들이밀고 기여코 감정의 자백을 받아 낸다. 아무렇지 않다니, 결국 다 착각이다. 그래도 당신은 망각 속에서 축복받기를. 단지, 우리의 지난날들을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생각해주길. 혹은 4월의 눈꽃처럼 찰나의 아름다움으로 여겨주길 염치없이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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