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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설 Nov 08. 2022

16편|성인이 되어 Ⅱ 마음 수행

2019년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바로 불법 ‘부처님의 말씀’이다. 가족들 모두 종교는 따로 없으나 불법을 통해 마음 수행을 하고 있다. 매주 주말에 만나 영상을 통해 공부한 후, 해당 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며 생각을 나눈다. 그러곤 한 주 동안 각자의 일상에서 수행한 내용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가족 공부 모임의 이름도 있는데, 바로 ‘해탈단’이다. 그중 나는 미미한 권한을 휘두르는 단장의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공부하는 동안에는 가족의 이름보다는 함께 수행하는 벗이라는 의미를 담은 ‘도반’이라 서로를 칭하고, 각자의 부족함을 알아채기 위하여 불교 법명 또한 지어 부르기도 했다. 나의 법명은 바른 견해를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하여 ‘유 정견’이다.


2019년 새해를 맞이하며 공부를 시작한 지 어느덧 3년이 되어간다. 

시작의 계기는 부모님의 강력한 추천이었다. ‘알면 좋은가 보다’ 하고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시작했던 지루한 공부가 지금의 나를 점점 단단하게 빚어주고 있음을 느낀다. 그중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감정 속에서 마음이 요동치는 때를 ‘알아차리는 수행’을 가장 열심히 하고 있다. 기쁨, 사랑, 감동, 고마움 등 긍정적인 감정에 의해서는 마음에 괴로움이 생기지 않으나 예고없이 찾아오는 고통, 슬픔, 분노, 실망, 근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의해서는 괴로움의 골이 깊어짐을 늘 느껴갔다. 마음속을 헤집어 놓는 감정의 정체성도 모호하게 느껴지는 때도 점점 많아져 갔다. 

그럴 때, 한없이 속앓이 하며 스스로 마음을 갉아먹는 것을 알아차리는 수행이다. ‘내가 지금 이러한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하고 고속도로 입구를 지나쳐 고속 주행을 하기 시작하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으로부터 감정이 빠르게 번지는 것을 제지할 수 있었다. 알아차리지 못하고 빠른 속도로 깊어지는 분노를, 알아차린 후로부터는 조금씩 조절이 가능했다. 감정이 앞선 섣부른 실수를 조금은 줄일 수 있었고, 화를 일으킨 원인을 찾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그중 피부로 느낀 것은 감정에 휩쓸려 끙끙 앓던 시간들이 줄었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큰 의미가 없었던 타인의 말과 행동에 의해 시간과 마음을 한없이 희생시키는 내 모습도 있다. 매번 나는 남들을 향해 화살을 돌렸다.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하지만 않았더라도, 그렇게 눈초리를 주지 않았더라도...’ 일을 할 때나 누구를 만나게 될 때면 이해되지 않는 불편한 상황들은 쉽게 마주칠 수 있는데, 나는 종종 상대방에게 잘못을 물었다. 서슴없는 말들과 행동으로 사람을 왜 불편하게 만드는지, 나의 마음을 들쑤시는 사람들을 탓하며 감정이 상하는 일이 참 많았다. 일상을 살아가는 도중, 나의 꽤 많은 시간과 감정들에 대한 권한을 가진 사람은 내가 아닌 남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공부하게 된 내용은 이러하다. 이해를 받으려 하지 말고 이해를 할 것. 도움을 받으려 하지 말고 도움을 줄 것. 그렇다면 남들에 의해 선택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닌 선택에 대한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남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 대한 원인과 마냥 끌려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바로 내가 불편하게 여겼던 모든 상황이 실은 남들에 의해서가 아닌 내 마음이 만들어 낸 일이었던 것이다. 오롯이 나의 편의와 입장에 남들을 끼워 맞추려 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중 올해 들어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한 관계에 비교해보니 그 사람의 행동들을 모두 나의 이상적인 그림과 이해에 끼워 맞추려 해 일어난 충동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의 욕심을, 마음을 탓하긴커녕 그 좋은 봄날에 열심히 그 사람을 씹어댔지 뭐인가.

그 후로, 내가 이해만을 바라고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려는 순간에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나가고 있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나의 이상에 맞추지 말자.’ 남들의 후한 이해와 도움을 바라지 않아도 되니 불확실한 상황에 기대 마음 졸일 필요가 없어졌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든다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을 때 생기는 마음이라고 한다. 알아차려야 하는 순간들이 많아질수록 꾸준히 살피며 깨어있어야 한다고 한다. 여전히 오랫동안 깃든 나의 습관과 민감하고 급한 상황, 가족과 관련된 일에 있어서는 알아차리기가 힘들지만, 일상 속 작은 일들로부터 차근차근 연습을 하다 보면 더 큰 상황에 휘둘릴 때도 언젠가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요즘은 마음이 이전보다 한결 편안해졌음을 실로 느낀다. 사견으로는 기쁨과 슬픔은 하나로 묶여있는 세트의 감정이라는 것이다. 행복한 만큼 괴롭고 슬픈 순간들이 앞다투건 뒤따른다. 앞으로 겪어내야 할 부정의 감정들을 온몸으로 부딪혀 매번 풍파를 맞이하고 피폐해지기보다는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수행을 통해 마음의 힘을 쌓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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