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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설 Nov 13. 2022

17편|성인이 되어 Ⅲ 혼자 보내는 시간

언제부터인가 주위를 둘러보니 길 위에, 방 한가운데 나 홀로 보내는 순간들이 많아짐을 느꼈다. 17살 때부터였을까. 간디학교 이후 나는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학교를 나와 소속의 틀이 전부 깨졌다.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손님들이 퇴실하고 난 후, 시끌벅적하던 부엌에 홀로 앉아 고독을 씹던 적도 참 많았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여러 조건과 지위에서 벗어나 있을 때, 변화를 멈추고 행동하지 않으면 고립될 것 같은 위기가 조종 경고 없이 찾아온다. 


처음에는 그저 홀로 보내는 모든 시간들에 용기나 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면 ‘부정’ 속성의 생각들에 힘이 쌓여 내가 만든 구덩이 속에 빠질 뻔한 순간들이 정말 많았다. 아니다 빠졌었다. 다행히도 매 순간 깊게 빠지지는 않았는지 혹은, 단순한 성격 때문인지 나는 굴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와 일거리를 스스로 찾아내어 방황을 길지 않게 끝내곤 했다.


17살 이후로부터의 시간이 축적되어 내공이 쌓인 것인지, 지금의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안정적이게 활용할 줄 알게 되었다. 특히나 요즘은 그 시간에 대한 중요성을 깊게 느끼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쉽게 해소하지 못하는 답답함과 두려움 또는 속상한 일을 겪을 때 견뎌내야 하는 순간들이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가까운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속풀이를 해보았지만 나아지는 것은 찰나였다. 만남이 파하고 혼자로 되돌아오자 감정은 금세 원상 복귀가 되고 말았다. 한참을 또 답답해하고 속상해하다 혼자 이겨내야 하는 문제임을 운이 좋게 알아챘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소원해지거나 익숙해지거나 또는, 정면으로 맞닥뜨려 승부를 보던가. 다양한 방법으로 견뎌내고 이겨내는 훈련의 시간들은 홀로일 때에 고민하고, 숨김없이 아파하며 이겨내기 적당한 시간이었다.


온전히 제목에 마음이 끌려 구입하게 된 책이 있다. 이병률 작가님의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였다. 때마침 혼자가 되어 느끼는 자유로움과 홀가분함, 외로움과 무료함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나에게 필요한 책일 것이라는 직감이 들어 단숨에 완독 하게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아무렇게나 쓰는 사람 말고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쓰는 사람만이 ‘혼자의 품격’을 획득한다. ‘혼자의 권력’을 갖게 된다.” 


책을 읽고 난 후에 그저 중얼거리던 생각에 증언이 되어주는 문장을 만났다. 깔끔하게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우나 무언의 확신과 소신이 합쳐진 의지를 다졌다. 더 이상 혼자 있는 시간은 나에게, 그저 버티는 시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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