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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설 Nov 24. 2022

19편|에필로그 Ⅱ 경험이 재산이 되는 삶

그렇다.

앞서 소개한 모든 내 이야기들은 전부 나의 재산이다. 세상이 제안하는 획일화된 경로 속에서, 나는 경험이 재산인 삶을 산다. 파란만장하고 파란곡절한 삶을 산다. 모든 길에 메고 가는 배낭 속에 행복과 불안감이 공존한다. 나의 경로 또한 여전히 불안하고 외로우며 꾸준히 행복하다. 이정표 없는 길 위에서 헤매다가도 내가 달리는 이 길 위에서 형형색색 물드는 찬란한 하늘과 벅찬 풍경 속에 머물고는 한다.


일확천금의 단 한 번의 꿈보다는 매일매일 소박하고 수수한 꿈을 꾼다.

‘정답’이라 부르는 것들을 이유 없이 애타게 쫓아가지 않을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지금의 금쪽같은 시간을 놓치고 난 후에야 안타까워하기보단 눈앞에 놓인 현재의 시간에 조금 더 집중하다 보면 그간에 걸음들과 생각들이 모여 이미 ‘그 길’ 위를 마음껏 헤매고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소망이라 적어내는 것은 현재로서 세 가지 정도이다.

첫째, 현재를 너무 크게 놓치지 않는 것.

떠나간 과거와 불확실한 미래에 과한 마음을 쏟지 않고 가까운 현재에 두는 것. 최선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의 잔향은 점점 짙어져 가고 슬픔의 폭은 깊어져 간다. 지금 내가 보고 느끼는 감정에 마음을 둘 수 있도록 말이다.


둘째, 내적인 부유함을 가꾸는 것.

남들에 말과 시선에 홀라당 넘어가지 않도록, 감정의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감정의 연쇄 사슬을 끊어낼 수 있는 알아차림을 꾸준히 훈련할 것. 강하고 단단하여야 할 때와 부드럽고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 양 끝에 있는 성질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쌓는 것. 상당한 시간과 세월이 흘러야 하니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로.


셋째, 좋은 어른이 되어가기.

나는 고작 조그마한 어른이 되었다. 소원을 담은 생일 케이크의 초를 빼앗겨도 (어렵게) 웃어넘길 수 있는 정도의 어른. 공복인 아침에 편의점 온장고 속 초코에몽 보다 검은콩 두유를 집어 드는 딱 그뿐인 어른.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어른이 되어갈 줄 알았는데, 어른이 된다는 것은 부단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한 일이었다.

겉모습에만 치중한 어른이 되지 않는 것, 감각적인 즐거움만을 좇는 어른이 되지 않는 것,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가는 것. 어릴 적 몇몇 사람들을 보고 그들을 동경하며 부푼 꿈과 기대를 안고 지냈던 적이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처럼 든든한 곁을 내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가고 싶다.


쓸모없이 시간을 낭비하며 보냈다고 자책할 수 있는 하루를 살아간 나는, 이미 한 가지 이상의 것을 배운 하루였다. 삶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서 지혜를 던진다. 다만 쉽고 가볍게 흩어질 수 있으니 잡아야 한다.

오늘 밤, 내가 일구는 삶에 더욱더 욕심이 실린다.

여전히 박약한 나의 설득력에 힘이 실릴 수 있도록 잘 살아내 증명하고 싶다.


나는 오늘도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가꾸고, 길 위를 헤매며 나의 재산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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