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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설아 Aug 23. 2024

집안의 숨은 위협

가정 내 독성물질의 위험

우리 가정의 평화로운 일상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깔끔하게 정리된 주방, 깨끗하게 닦인 바닥, 향긋한 냄새가 풍기는 욕실. 그러나 그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청소용품, 세제, 살충제 등은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채 매일 사용하는 독성물질들이다. 이들 물질은 편리하고 일상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날도 평범한 아침이었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며 아이가 놀고 있는 거실을 바라봤다. 이틀 전 새로 구입한 다목적 세정제는 광고처럼 기적의 효과를 발휘하며 주방을 반짝거리게 했다. 나는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세제를 거품 낸 스펀지로 그릇을 닦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아이의 손이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세제 스프레이에 닿아버렸다. 작은 손이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그 스프레이를 잡고 흔들던 순간, 나는 경악하며 달려갔다.


“안 돼!” 나는 소리를 지르며 세제를 빼앗아 아이의 손을 재빨리 씻겨냈다. 다행히도 그 순간에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 장면은 내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세제나 청소용품은 당연히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는 상식이 있었지만, 순간의 방심이 아이를 위험에 빠뜨릴 뻔했다. 그 순간 이후로 나는 가정 내 독성물질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실제로, 가정 내에서 사용되는 많은 물질들이 독성을 지니고 있다. 주방과 욕실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백제, 소독제, 세정제 등은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알코올 기반의 손 소독제, 배수구 청소제, 심지어는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섞어 만든 천연세제조차도 잘못 사용되면 위험하다. 이들 물질이 피부에 닿거나, 눈에 들어가거나, 심지어는 호흡기를 통해 흡입될 경우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수많은 가정에서 독성물질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독성물질을 실수로 삼키거나 흡입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미국 독극물 통제 센터(PCP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만 해도 가정 내 독성물질 노출로 인한 사고가 수십만 건 발생했으며, 그중 상당수가 어린이와 관련된 것이었다.


이런 사례들은 나에게 가정 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불러일으켰다. 독성물질은 결코 눈에 띄지 않게 우리의 일상 속에 존재하며, 언제든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우리와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청결함과 위생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필수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물질들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날 이후, 나는 모든 독성물질을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선반에 보관하기 시작했다. 각종 세제와 청소용품의 라벨을 읽어보고, 안전한 사용법을 숙지했으며, 가정 내에서 사용하는 물질들이 어떤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지 항상 주의를 기울였다. 그리고 아이가 조금 더 자란 후에는, 이런 물질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해 주며, 절대 만지지 않도록 가르쳤다.


가정은 우리가 가장 안전하게 느끼는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위협이 존재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위협을 무시하거나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정 내 독성물질의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사용과 보관에 대해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우리와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그 작은 방심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하며, 오늘도 나는 우리 집을 더욱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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