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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설아 Aug 20. 2024

주방에서의 공포

전자렌지의 함정

아침부터 분주했던 주방. 아이는 배가 고프다고 성화였고, 나는 간단하게 달걀찜을 만들어야 했다. 전자렌지에 넣고 몇 분이면 뚝딱 완성되는 메뉴였다. 시간이 부족한 아침, 전자렌지에 달걀찜을 넣고 조리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엄마, 아직 멀었어? 배고파!”


아이의 재촉에 급해진 마음에 전자렌지 앞으로 달려갔다. “금방이야!” 조리 시간이 완료되었다는 신호음이 울렸고, 나는 재빨리 전자렌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서둘렀던 그 순간이 바로 문제의 시작이었다.


뚜껑을 열었을 때, 갑작스레 뜨거운 김이 솟구쳤다. 순간적으로 손가락에 열기가 닿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뜨거운 달걀찜이 내 손가락을 감쌌다. 짜릿한 통증이 손끝에서부터 팔까지 퍼져나갔다. 


“아!” 절로 비명이 나왔다.

“엄마, 괜찮아?”


아이의 걱정스러운 눈빛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가락이 화끈거리고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화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곧바로 흐르는 차가운 물에 손을 담갔다. 물에 담근 손가락은 순간적으로 차가워졌지만, 물에서 빼면 다시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깊은 화상은 아니었지만, 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날 밤, 잠을 자려고 누웠지만 손끝의 화끈거림이 나를 잠들지 못하게 했다. 밤새도록 화상 부위를 식히기 위해 여러 번 물에 손을 담갔고, 결국 다음 날 약국에서 화상 연고를 사서 발랐다. 일주일 동안 화상 부위는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전자렌지는 간편하게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편리한 도구지만, 한순간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에서 5세 이하의 어린이 중 7,000명 이상이 전자렌지로 인한 화상으로 치료를 받았다는 보고가 있다. 


이 사고의 대부분은 어린이들이 전자렌지에서 뜨거운 음식을 꺼내다가 발생했으며, 이는 전자렌지가 제대로 설계되지 않았거나, 어린이의 손이 닿기 쉬운 위치에 배치되었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통계는 전자렌지 사용 시 주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주방에서의 안전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사소해 보이는 행동 하나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경험을 통해 절실히 느꼈다.


전자렌지, 뜨거운 조리 기구, 칼, 그리고 끓는 물까지 주방은 작은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곳이다. 그날의 화상은 나에게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주방에서의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가르쳐 주는 교훈이 되었다. 


아이가 배고프다고 재촉해도, 나는 이제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 


주방에서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손끝의 흉터가 영원히 잊지 못하게 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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