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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 Jieun Lewina Nov 17. 2020

약탈당한 로망

왜를 삼키는 시간

새 계절이 다가올 때면 앓기 시작했다

계절은 반드시 나를  정통으로 통과했고 한 계절이 스러져 갈 무렵엔 폐나 비장의 위치가 뒤죽박죽 이동해 있었다 그래, 그래서 몸이 많이 아픈 거라고

마치 감기몸살처럼.

간곡한 오렌지빛이 나무의 잎맥을 타고 차츰 물들어 가는 모습을 보며 이토록 아름다운데 어째서 아파야 하는지 매 번 그 이유를 발굴하지 못하여 허리를 접으며 기인 한숨 한 줌, 간신히 고개를 들어 바라본 세상은 온통 색채의 산란

새벽은 왜 함께 울어주지 않는지, 아픔은 왜 늘 서성이는 자의 몫이어야 하는지, 너는 왜 나를 떠나야 했는지

그렇게 왜를 삼키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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