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기다리는 병실은 없다

by 마리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전문 정보를 클릭 몇 번에 찾을 수 있게 됐다.

유튜브가 생기면서 대형병원에서는 채널을 개설했고, 어렵게 외래로 예약해야 만날 수 있는 의료진의 강연을 볼 수 있다.

보기 좋게 편집에서 이해하기도 쉽다.

유튜브에는 없는 정보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검색 창에

‘척추에 생긴 암을 능숙하게 제거할 수 있는 유능한 신경외과 의사가 있고, 당장 입원이 가능한 대학병원’

이라고 검색한다면?

개인적인 경험담이 아니라, 전문의료인의 정보여야 한다면?

지금은 내 앞에 앉아있는 신경외과 선생님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다.

휴일에 전화로 남편의 상태에 대해 설명해 줬고, 보호자의 의견을 존중해 줬으며, 나를 대신해 여러 병원에 연락을 취해 주셨다.

외래 환자가 넘치는 상황에도 여러 번 시간을 내어 적합한 병원을 찾는데 도움을 주셨다.


“내 동기 중에 척추 수술로 유명한 친구가 있어요. 평범한 척추 수술보다 어려운 암 제거수술로 유명해요.”

“명의 에도 출연했었고.”


‘명의’라는 말이 귀에 꽂혔다.

숨은 고수라니, 무조건 가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좀 멀어요. 강동구 경한대학교병원입니다.”

“선생님, 그 병원으로 갈게요!”


다행히 배드도 충분하다고 한다.

네이버 지도앱을 켜 ‘강동경한 대학교병원’을 검색한다.

‘강동구… ’

태어나서 강동구에 가 본 적이 있던가.

평생 경기도 서쪽에서 자랐고, 직장은 김포공항 근처 서울의 서쪽 끝이다.

좌측 끝에서 우측 끝으로 이동해야 한다.

시간은 차로 1시간.

진통제 없이 1시간을 버텨야 한다.

한 시간.

괜찮을까.

이 또한 선택권은 없다. 가야 한다.


병원을 옮기는 것은 만만치 않다.

전원 할 병원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빠짐없이 준비해야 한다.

진단서, 영상기록지, 영상자료 CD, 결과지.

129 사설 앰뷸런스를 예약해야 하고, 퇴원수속을 마쳐야 한다.

영상자료 CD 복사하는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3시간 만에 겨우 준비가 끝났다.

출발하려고 하는데 간호사분이 잡았다.

환자복을 반납하라고 한다.

상의는 고통이 심해 입고 온 옷 그대로였고, 하의만 환자복을 입은 상태다.

“남편의 지금 몸 상태로는 바지를 갈아입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다음에 돌려드려도 될까요?”

“규정이라… 저희도 곤란하네요… 원무과에 문의했더니, 3만 원 수납을 하셔야 한다고 하네요.”

이미 진통제는 뺀 상태다.

“현금이나 계좌이체 할게요. 지금 저희가 너무 급해서요.”

“죄송합니다. 저희도 어쩔 수 없어요… “

간호사는 잘 못이 없다.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시 1층 원무과에서 3만 원 수납을 했다.

뒤에서 누군가 달려와 나를 안았다.


“엄마!”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에 닿아 말랑말랑 해진다.

딸 아이다.

아이 뒤편에 큰 형님 부부가 서 있다.

“엄마! 이거 아빠 줘. 이걸 가지고 있으면 아빠 디스크가 얼른 나을 거야.”

아이는 봉인된 편지를 펼쳐 안에 동봉된 그림에 대해 설명하려고 했다.

“설아, 엄마가 아빠한테 꼭 이 편지 전해줄게. 설이 마법으로 아빠는 금방 건강해질 거야.

그러기 위해서 더 큰 병원으로 가야 해.”

“고모랑 조금만 기다려 줘. 알았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 후 고모에게 가서 폭 안겼다.


남편이 있는 병실로 다시 올라갔다.

곧 129 사설 앰뷸런스 이송팀이 왔고, 남편을 접이식 침대로 옮겨야 했다.

등이 최대한 바닥에서 떨어져서는 안 된다.

남편이 누워있는 침대 높이에 맞춰 이동식 침대를 붙였다.

침대보를 천천히 들어 침대와 침대사이에 판을 집어넣었다.

판을 침대보와 함께 끌어당겼다.

남편은 고통에 온몸을 비틀었다.

키가 큰 남편에게 접이식 침대는 어깨가 삐져나올 만큼 작았다.

불편함에 몸이 움직였고, 그때마다 고통스러워했다.

겨우 남편을 차에 태웠다.

먼발치에서 고모 품에 안긴 설이와 눈이 마주쳤다.

한껏 엄지 척을 해 보이고 차에 올라탔다.

우리를 태운 앰뷸런스는 어두운 건물 그림자를 지나 도로로 빠져나왔다.

뻥 뚫린 도로를 앰뷸런스 경적을 내며 빠르게 달려갔다.

상호 씨 다리 위로 눈부신 햇살이 드리웠다.

창 밖으로 우리 집, 자주 가던 식당, 내가 어릴 때부터 나들이 갔던 호숫가가 스쳐간다.

조금만 더 달리면 된다.

지도 앱을 켜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목적지와 현재위치 사이에 시선을 뗄 수 없었다.

1시간 후면 숨통이 트일 것이다.

조금만 버티자.


50분 만에 강동경한대학 병원 응급실 주차장에 도착했다.

운전석에서 내린 이송요원은 발 빠르게 응급실로 들어갔다.

이제 됐다. 차에서 내리기 위해 실은 짐을 들었다.

잠시 후 돌아온 이송요원은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지금 응급실 대기자가 많아서 대기해야 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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