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암이 무서운 거예요

by 마리

“대기요? 분명 배드가 충분하다고 했는데요?”

목 뒤로 차가운 물줄기가 흘러 심장에서 펴져 나가는 것 같다.

“병동 입원실과 별도로 응급실 배드를 배정받아야 해요.”

병원에 도착하면 레드카펫 깔아놓은 듯 환영해 줄 줄 알았는데 크나큰 착각이었다.

차 밖으로 뛰쳐나가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저희는 신경외과 교수님께서 병실 여유 있다고 해서 이 병원으로 왔어요.”

“환자가 너무 고통스러워해요. 제발 빨리 들여보내 주세요.”

"저기 119 대기하고 있는 거 보이시죠? 저 위급한 환자도 순번 기다리고 있어요.”

“저희 병원이 대기까지 하는 병원이 아닌데… 날이 이상하네요.”

고개를 돌려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봤다.

119 응급차가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었고, 요원들이 밖에 서 있었다.

차 안에 누워있는 노인이 보였다.


함께 온 응급요원이 남편에게 말했다.

“이 병원 응급실이 이렇게 대기가 긴 병원이 아닌데, 오늘 참 이상하네요.”

한 번 시작된 불운의 기운은 길을 잃지 않고 여기까지 따라왔다.

남편은 나를 노려 보며 말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병원에 도착하면 바로 입원할 수 있다며?”

남편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

“입원실 배드와 응급실 배드가 다른가 봐… “

남편은 겨우 참고 있던 통증이 밀려오는지 얼굴이 일그러졌다.

“빨리 좀 가서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는지 알아봐!”

내 쫓기듯 차 밖으로 나왔다.


“남편이 고통이 너무 심해요. 진통제 없이 이렇게 버틸 수는 없어요. 차 안에서라도 진통제를 맞을 수 없을까요?”

“병원 밖에서 하는 의료행위는 불법입니다. 기다리세요.”

성과 없이 돌아가려니 5미터 남짓한 거리가 1킬로미터로 길어졌으면 싶었다.

차 앞에 응급요원이 나와있었다.

“이럴 거면 빅 5 병원으로 갈 걸 그랬어요.”

“지금 이 병원의 대기줄이 이렇다는 건 다른 빅 5 병원은 응급실 근처에 주차도 못 한단 얘기예요.”


1시간이 흘렀고, 응급요원은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저희가 다른 콜이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저희는요?”

“병원 근처 다른 콜을 불러드릴게요. 병실 들어갈 때까지 대기 가능한 차량으로.”

남편은 다른 배드로 옮기는 고통을 다시 당해야 했다.

고통스러워하는 남편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다.

나는 절망에 울고 싶어 졌다.

한낮에 도착해서 응급실로 들어서자 완전히 해가 저물어 있었다.


응급실 배드에 눕자 수액을 놓기 위한 혈관바늘이 꽂혔고, 피검사를 위한 채혈을 했다.


“엑스레이실로 이동할게요.”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매번 검사할 때마다 반복했던 문장을 복기한다.

“저희 남편 척추에 생긴 암이 신경을 눌러 고통이 심합니다. 남편을 옮기려면 여러 명이 필요해요.”

3~4명의 간호사가 다가왔다.

“사방에서 시트를 잡아서 동시에 옆으로 스르륵 옮겨야 돼요. 절대 들면 안 돼요. 죄송해요. 부탁드립니다.”

한 명의 박자가 늦었다. 남편의 몸이 고통으로 말렸다.

겨우 엑스레이 배드에 몸을 올렸다.

등에 엑스레이 검침판을 넣으려고 시트를 올리는 순간 남편이 비명을 질렀다.

간호사도 촬영기사도 어쩔 줄 몰라했다.

“죄송해요. 아무래도 엑스레이를 찍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남편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다시 침대로 옮겨주세요. 부탁합니다.”


응급실로 돌아오자 한참 후 하얀 가운을 입은 응급실 주치의가 다가왔다.

“환자분, 어디가 아파요?”

“등이 너무 아파요. 조금만 움직여도 칼로 찌르는 것 같아요.”

“엑스레이는 찍으셔야 진단을 할 수가 있어요. 참기 많이 힘드세요?

“네… “

남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러면 진통제를 좀 드릴게요. 마약성 진통제라서 효과가 있을 거예요. 엑스레이 찍고 결과 볼게요”

“안 찍으면 안 되나요?”

“진단이 안 나오면 병실로 올라갈 수 없어요. 일단 시도해 보고 안되면 그다음을 생각해 보죠.”

“네… “

진통제를 맞고 다시 엑스레이를 찍으러 갔다.

좀 전의 인원이 다시 모였고, 나는 다시 같은 설명을 반복했다.

모인 사람의 눈빛이 비장하다.

한국인의 습득력과 집중력은 놀라웠다.

남편이 고통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드디어 엑스레이를 찍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응급실 주치의 선생님이 잠시 후 다시 오셨다.

“일단 병실로 올라가시죠.”

“선생님 궁금한 게 있어요.”

“허리디스크 증상이 있긴 했지만, 며칠 전까지 현장 근무를 했어요.”

“어떻게, 몸이 이렇게 될 동안 증상이 없을 수 있나요?”


“그래서 암이 무서운 거예요.”


응급병동으로 올라오니 새벽 1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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