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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Mar 16. 2020

사라진 즐거운 나의 집.

2020년 3월 16일



집.

그렇다.

최근 9년간 사는 집이 모두 문제였다.

3년간 시달린 층간소음으로 수면의 질은 바닥을 쳤다.

침대에 누운 내게 천정이 내려앉는 악몽을 수시로 꿨고,

온갖 소리에 신경증이 날 지경이었다.

견디다 못해 이사를 했다.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꼭대기 층으로 오는데도

가진 게 없어서 대출을 끌어모았다.

층간 소음은 없어졌지만

6년째 살고 있는 이곳에선 전에 못지않은 괴로움이 있었다.

숙면은 고사하고 때때로 불면에 가까운 날을 보낸다.

신경은 더 예민해졌다.

그로 인해 급격히 늙어가고 성욕은 사라졌으며 무기력까지 생겼다.

뜬금없이 우는 일이 잦아져 평생 처음 심리치료를 받았다.

늘 마음 한구석에 날이 선다.

숙면하고 개운한 아침을 맞은 날이 아득하다.

사는 곳은 있지만 고향이 없고,

집(house)은 있지만 집(home)이 없다.

이곳을 벗어나야 끝날 것이다.

약도 상담도 소용없는 이 불안은.



포기하거나 참아야 할 일이 수없이 생긴다.

결국 돈이 문제다.



현실적인 인간으로 살기에 난 너무 나약하다.

심해의 말미잘보다 예민하고,

초겨울 마른 낙엽보다 쉽게 바스러진다.

한심하다.



'이런 기록은 하지 않는 게 낫지.'

하며 글을 전부 지웠다가 복원했다.

자기 검열할 거라면 애당초 쓰질 말았어야지.

그냥 기록하고 후회하자.

그게 낫다.



내가 좋지만 싫을 때도 많다.

내가 좋다는 말은 자신에게조차 미움을 받는 스스로가 가여워서 품은 연민 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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