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하지 않는 상태의 사람을 나타내는 단어 Solo(솔로)와 나이들어감 Aging(에이징)을 합한 단어 에이징 솔로
밀리의 서재를 뒤적이다가 운 좋게 이 책을 발견했다. 책에는 미혼, 이혼, 사별 등 다양한 이유로 솔로로 살아가고 있는 중년과 노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떻게 솔로로 살아가기로 결심했는지부터 솔로로 나이들면서 필요한 개인적인 것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가족 중심의 사회에서 중노년 솔로를 위해 필요한 제도의 변화까지 폭넓게 다룬다.
결혼한 지 2년차, 솔로가 아닌 내가 솔로에 관한 책에 관심이 생긴 이유는, 결혼 후 해외에 살면서 우리가 결혼한 커플이 아닌 동거 중인 미혼 커플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한국에서 결혼의 의미는 내 배우자를 선택함과 동시에 배우자의 가족 전체가 내 삶의 들어오는 것이다. 명절같은 공식적인 가족 행사, 양가 부모님 생신, 친척과 교류가 있다면 친척의 대소사 등 내 선택과 무관하게 결혼 후 여러 의무가 내 삶에 한 번에 몰려온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것이 행복일 수 있지만, 회사에서 기가 죄다 빨려 주말에는 침대에서 충전을 해야했던 내향형인 나에게는 가족의 행사란 버거운 일이었다. (나의 원가족이 가족 행사가 별로 없는 것에 내가 익숙한 탓이 크다.)
다른 가족 구성원 없이 둘만 있는 해외 신혼 살이. 한국에서 꼭 해야하는 도리와 의무감이 사라진 미국 생활을 하니 우리 두 사람이 가족이긴 하지만 책임 없는 쾌락 같은 느낌이 든다. 부모님과는 영상통화로 안부를 전달 하고, 우리의 일에만 집중을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결혼이라는 틀에서 보면, 이보다 더 편한 삶이 없을 것 같다. 가족 행사에서 얻을 수 있는 따뜻함도 소중하지만, 무례하거나 불편한 질문에 벗어나는 해방감이 따뜻함을 뛰어넘는다. 예를 들어 자녀를 언제 낳을 것이란 질문처럼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는 문제는 한국에서 빈번하게 겪는다. 사실 해외에서도 갑작스럽게 나오는 무례한 질문은 피할 수 없다. 몇 달 전 남편의 가족 중 한 분이 나의 자존심을 긁을 만한, 아니 자존심을 밟는 말씀을 하셨다. 남편은 바로 사과했지만 어른의 입을 우리가 단속하긴 어렵다.
책을 읽으며 문득 생각했다. 에이징 솔로들은, 가족이라는 관계에서 오는 피곤함 때문에 한국에서 솔로로 나이 들기로 결심한 것이 아닌지 생각했다. 내 경험이 이런 시각을 형성했을 수도 있다. 더불어 책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친구나 가까운 사람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관계에는 직계가족이 필수로 언급되진 않았다.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가족 안에서 외로움을 피하는 것 보다 가족 밖 친구, 지인 등으로 관계를 맺는 경향도 보인다. 이 역시 한국식 가족의 피곤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제 막 가정을 꾸린 내가 가족의 피곤함을 느끼는게 모순적으로 느껴지진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는 대신 에이징솔로를 택한 분들의 의견도 존중하고, 결혼 후 가족에서 벗어나 진짜 둘만의 가정을 꾸린 우리의 선택에도 큰 장점이 있음을 느낀다.
#에이징솔로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