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오랫동안 글을 작성하고 있다. 대학시절 부터 30대가 된 지금까지. 지금은 블로그에 특정 주제 위주로 글로 올리고 사적인 이야기는 올리지 않지만, 블로그를 무료 클라우드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내 20대의 발자취가 남아있다.
대학을 갓 졸업한 뒤에는 미니멀라이프에 푹 빠졌다. 6평의 작은 자취방에는 물건이 꽉 꽉 차있었고, 출근 준비를 하며 보는 미니멀라이프 관련 영상에 푹 빠져서 짐을 한 두개씩 줄이기 시작했다. 당근마켓에 물건을 가져다 팔고, 어떤 물건을 팔았는지, 그 물건과 어떤 인연이 있는지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한 때의 취미였다. 미니멀라이프 생활 방식은 그 이후로도 쭉 이어졌고, 미국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많은 물건을 처분했다. 사는 것 보다 비우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지자 끝까지 다 써보고, 팔거나 기부하는 것에 강박까지 생긴 것 같지만 내 삶의 가치관이 되었다. 내 집 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집의 물건 또한 많이 비워, 당근마켓에 판매 혹은 기부한 물건 수가 총 182개, 온도는 58.8도를 유지하고 있다.
내 미니멀라이프 이야기를 하면 끝이 없다. 아직까지도 나는 물건을 다 쓰고, 헤질 때 까지 입고, 안입는 것은 팔아버리는 재미에 산다. 더 이상 이와 관련한 글은 작성하진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작성하는 미니멀라이프 글을 꾸준히 검색해서 본다. 의미가 없는 물건을 처분할 때 속 시원함을 느꼈듯이, 타인의 공간이 비워지는 과정을 보며 다시 또 시원함을 느낀다. 아마 내가 부모님의 공간을 비울 때 이 기분이었을 듯 하다. 미국에 이사오기 전 부모님의 집에 3주간 머물렀는데, 비행기를 타기 전날까지 나는 당근마켓에 물건을 내놓았다. 미국에서도 시차를 극복하고 비대면거래로 거래를 성사시킨 경험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물건을 처분하는 방법으로 판매나 기부를 결정하진 않는다. 대부분은 그냥 버리는 듯 하다. 그럼에도 방 한구석에 박혀있는 물건을 굳이 꺼내어 앞으로 사용할지 말지 고민했던 순간과 결국 처분하기로 결정한 순간을 구경하는 것이 재밌다. 쓰레기를 올린 글이지만 쓰레기가 된 물건을 넘어 그것을 버리기까지 고민했던 순간을 읽는다. 이 사람도 이렇게 쌓아두고 살았구나, 이 사람도 이제 미니멀라이프에 빠졌구나, 깊지 않은 공감을 하며 글을 슥슥 읽는다. 이만한 가성비 취미가 어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