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른 만들기

by 개미

원래 아이들에겐 어른의 손길이 필요하다. 잠시 엇나갈 수도 있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부모의 지도 아래 유아기, 청소년기를 보내고 독립을 한다. 하지만 부모의 손길이, 지도가, 그림자가 아이들에게 점차 짙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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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 리뷰를 한다. 가볍게 읽었던 책인데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대한민국 최고 학군지 강남으로 이사가는 저자의 이야기이다. 부동산 사장님, 매수인 매도인 사이에서의 딜링, 부동산 갈아타기 등 여러 시선에서 부동산 거래를 볼 수 있다. 이야기는 가벼우며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해외에 살고 있으니 부동산 거래 자체 보다는 학군지에 들어가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에 접근해보았다. 저자는 재수를 해서 SKY에 갔고 본인이 보낸 학창시절을 즐겁게 묘사하진 않는다. 그리고 딸을 위해 학원이 가까운, 친구들과 초, 중, 고를 함께 보낼 수 있는 학군지인 대치동으로 이사간다.


과연 이게 딸을 위한 일일지, 부모의 욕심인건지 생각해보았다.


나는 경기도 비학군지에서 서강대에 입학했다. (혹시나 해서 농어촌 전형 아닙니다.) 비학군지에서 공부를 하는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데, 다행히 친구들이 공부하는 나를 위해 면학 분위기를 조성해주었다. 같은 반에 못된 학생도 있어 왕따와 싸움이 끊이질 않았고 이로 인해 나 또한 고등학생 시절이 즐겁게 기억되진 않는다. 내가 학군지에 갔으면 더 좋은 학교를 갔을까? 더 좋은.. (생략) 이미 직장을 가졌고 결혼까지 한 마당에 인생을 뒤돌아보고 후회할 일을 더 만들진 않을 것이다.


비학군지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사회에 나와서 나와 다른 인생을 사는 친구들이 많다는 점도 아쉬운 일이다. 다만 나는 고등학생 때도 친구와 빗속을 뛰어다니면서 놀았고, 밤엔 공원에서 놀고, 친구가 구워준 빵을 먹고, 그 시간 속에서 학업을 계속했다. 뱅글뱅글 돌아야하는 학원 스케쥴은 없었으며 누구를 이겨야겠다는 경쟁심에 공부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공부를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가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다른 길로 틀긴 했지만, 스스로에 대해서 주변에 대해서 고민할 시간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내가 대치동에서 공부를 했다면, 나를 도와주는 1타 강사 선생님들이 있었으면 SKY에 입학할 수 있었을까? 내 유년시절 친구들이 나와 비슷한 인생을 살고 있을까?


학군지가 가진 장점은 다양하다. 아이들이 유순하며, 내가 겪었던 못된 아이들이 비율이 현저히 낮았을 것이다. 친구들과 비슷한 대학에 입학하고, 또 취준하고, 같은 인생을 공유하며 퇴근 후 술 한잔 거닐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평균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어려운 일이라고 하지만, 비슷한 인생 길을 걷고 있는 친구들이 있기에 그 평균으로 들어가는 것도 친구들과 함께라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학군지의 평균은 전국 평균보다 훨 높을 것이다.


여기서 학군지에 사는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건 무엇일까? 내가 수학이 부족하니 수학학원에 보내주세요, 이 학원이랑 안맞는 것 같으니 다른 학원에 보내주세요, 결론적인 선택은 나는 ㅇㅇㅇ대학의 ㅇㅇㅇ과 정도일 것이다. 대학 타이틀을 위한 삶을 위해 부모가 만들어준 바탕 안에서 살게 될 것이다. 적어도 아이의 배경이 흰 도화지는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민할 시간이 있을까? 문과면 경영학과고, 이과면 의대가 대세인 세상에서, 학교 네임 밸류를 높이기 위해 문과면 인문대에 가고 이과면 자연대에 가겠지.


성인이 되고 주변을 봤을 때 학군지에 살았다고 해서 모두 좋은 학교를 가는 것도, 좋은 학교에서 모두 잘 사는 것(돈을 많이 벌거나 원하는 직업을 가지는 것)도 아니었다. 학군지에서 오히려 열등감이 생겨 30대에도 힘든 삶을 살고 있는 분들도 보았다.


학군지를 비판만 했지만 부모로서 학군지를 선택하는 마음도 이해가 된다. 내 아이 주변에 해가 되는 것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기 위해 다양한 (학원) 선택지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 .. 그리고 부동산 투자에도 학군지가 비학군지보다 나은 선택이다.




아 대한민국에서 평균으로 살기 어렵다. 설마 내 평균도 높은 축에 속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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